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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코 후미오 지음 한승동·한호정 옮김 교양인/284쪽/1만7천원 |
'일단 써보라.'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는 가장 당황스러운 말이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아예 쓸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이들을 위한 실용적인 글쓰기 지침서이다.
저자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이다. 여느 회사원과 다른 점은 블로그 월간 조회수 100만을 넘기는 인플루언서이자 인터넷 매체에 글을 연재하고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작가가 되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스스로 '언어 열등생'이라 생각할 정도로 읽고 쓰는 데 자신이 없었다. 그런 그가 20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비결과 '쓰기'라는 행위의 의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쓰는 방법, 글쓰기를 통해 달라진 삶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책은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개발한 글쓰기 방법인 '쓰고 버리기'부터 '글감 만드는 법' '세계관 구축하기' '개성 찾기', 쓰기의 최종 목표인 '이야기하기'까지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글쓰기를 알려준다. 구체적인 예시는 물론이고 도표와 그림을 이용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어떻게' 쓸지보다 '왜' 쓰는지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문장 기술은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보다 '무엇을' '왜' 쓰는지에 집중하자. 글쓰기는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말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으려면 시행착오와 좌절이 필요하다. 몇 번이고 만족과 낙담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말로 생각하면서 쓰다 보면, 나만의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기술은 '글쓰기'와 마주하고 난 뒤에 배워도 된다. 나는 무엇에 취약한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서 해도 된다. 그렇게 하는 쪽이 배움의 효과도 커진다.'(47~48쪽)
저자는 또 '쓰고 버리기'와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록(메모)과 창조(글쓰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순환하는 두 요소를 잘 활용하게 된다면 평생 쓸 수 있는 무기가 된다. 기록과 창조, 메모와 쓰기를 의식적으로 구분해서 쓰는 것이 좋다. 마음먹고 도구를 나눠서 써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메모'는 수첩, '글쓰기'는 전용 공책을 쓰는 것처럼 도구를 각각 다르게 하면 도구를 가려 쓰는 것과 의식의 전환이 동시에 가능해지니 시험해보기 바란다.'(73쪽)
동시에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다' 쓸 것을 주문한다. 우선은 쓰고 싶은 마음에 중점을 두고 쓰고, 내 안에서 들려오는 잡음을 차단하고 끝까지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 썼다'는 성취감과 자신감, '잘 쓰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은 끝까지 쓴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또 글감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 속에 있다고 말한다. 나만의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면 별일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쓸 것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방법론에 그치지 않는다. 글쓰기를 무기로 삼아 끝까지 싸워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생존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가 "글쓰기란 진정한 자신을 대면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행위"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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