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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지음/창비교육/260쪽/1만4천원 |
2022년 제1회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이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들여다보기 시작한 주인공 은호를 통해 우리 시대 청년의 자화상을 보여 준다.
"엄마는 내 마음의 아킬레스건이었다."(44쪽)
소설 속 주인공 은호의 가장 큰 고민은 엄마다. 모범생이었던 은호는 대학에 진학한 뒤 뒤늦은 사춘기를 앓는다. 공무원이 좋다는 엄마의 말만 듣고 들어 온 행정학과는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는다. 연애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혼을 선포한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혼란은 더욱 커진다. 엄마는 은호에게 죄책감과 짜증, 안쓰러운 마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급기야 상담사에게 "엄마에게 남자가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버리는 은호. 결국 '나의 길을 찾겠다'며 휴학을 선언한다. 자신의 곁을 지켜 주던 남자 친구에게도 충동적으로 이별을 고해 버린다. 스무 살에 닥쳐온 인생 최대의 위기 앞에서 은호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홀로 설 준비를 시작한다.
작가는 관성대로 살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찾기로 결심한 은호를 통해 세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성장통을 앓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건넨다. 그러면서 '진짜 성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은호와 주변 인물을 통해서 말한다.
"한차례 내린 비에 쑥 자라는 풀처럼 나는 한순간에 철들고 있었다."(43쪽)
소설 속에서 은호는 어린 시절 엄마가 생계를 위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떼를 쓰지 않게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소회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이러한 '철듦'은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라기보다는 어른 흉내 내기에 가깝다. 작가는 부모와 학교, 사회의 요구를 내면화해 실천하는 것은 성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면의 힘을 키우고 독립적인 인간으로 홀로 서는 것이 '진짜 성장'이라고 정의한다.
소설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인물은 비단 은호뿐이 아니다. 은호가 동경하던 대학 선배 윤지 역시 아버지의 말이 곧 법이던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진학했던 대학을 그만둔다.
반면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는 인물은 은호의 남자 친구 준우다. 철학과 물리학을 탐구하는 준우는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에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대다수인 요즘 세태에 보기 드문 유니콘 같은 존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원망하거나 부채 의식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는 데 몰두하는 준우를 보며 은호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주변 인물들의 영향을 주고받은 은호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소설의 마지막까지도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 공부를 계속해 바리스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상담받으면서 흥미를 느끼게 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은호는 앞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믿음이다. 일과 삶을 일치시키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욕망마저 사치 또는 환상으로 치부되는 시대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호의 모습은 그 자체로 눈부시다.
"불확실하고 모호한 길을 걷는 이 시대 성장의 핵심을 예리하게 짚어 낸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 이 책의 추천 문장
"답이 있는 고민만 하는 건 인간적이지 않잖아? 인간은 고민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고민하는 순간이야말로 살아 있는 순간이고. 그러다 보면 믿어 왔던 통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54~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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