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발자취 찾아 나선 경북청년 벗나래] (하) 각계각층 동포 만나 경북도민 연대감 키워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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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9 06:56  |  수정 2022-11-29 07:54  |  발행일 2022-11-29 제8면
"2~4세대 교포 한국인 정체성 확립…활발한 문화교류로 양국 발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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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신오쿠보역 주변에 조성된 코리아타운의 한 식당이 삼겹살과 소주 등을 맛보기 위해 방문한 일본 현지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경북도 청년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2022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가 그 대표적 사례다. 캠프는 해외동포 발자취를 통해 청년들이 재일동포 사회에서 교포와 뉴커머(신정주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화 교류를 통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오롯이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기존의 틀에서 탈피, 새로운 경로를 설계하고 활동하며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게 핵심이다.

청년의 성장과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경북도의 위상을 되찾고, 지방시대를 주도해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경북이 가진 문화와 교육, 산업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앞으로 한민족 디아스포라 2~4세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 속의 경북을 만들어 가겠다는 복안도 있다.

일본서 김치 통해 한식 전파한
처가방 오영석 대표 등 만나
日 문화·직장 분위기 등 들어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소통해
정체성 문제 관한 대화도 나눠

◆'청년의 힘'으로 새로운 경북

이철우 도지사는 최근 지역 대학생과의 소통을 늘리며 청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경북의 청년정책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7일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홈페이지 '청년e끌림' 개점식, 경북청년정책참여단 '상상이상' 포럼 등에 참석, 대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도지사는 "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지방의 엄연한 현실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많은 청년이 기회의 땅인 경북에서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며 "삶과 미래를 수도권에서만 찾지 말고 경북에서 함께 꿈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도는 그 실행방안의 하나로 새로운 경북을 위한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를 기획, 올해 도전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 2~4세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 속의 경북을 만들어 가겠다는 소신과 의지의 산물이다.

경북 청년은 경북에 뿌리를 둔 재일동포의 생애사를 듣고,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로 일군 사업장도 방문했다. 또 해외에서 경북인의 정체성을 지니며 살아가는 교포와 공감하며 자신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등 도약하는 새로운 경북에 작은 힘을 보탰다.

캠프 참여자들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경북 출신 이주·이민자, 경제인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앞으로 미래세대인 청년이 경북이 마련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한층 더 넓은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해외동포를 만나면 이민세대든, 뉴커머든 고향인 경북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았다. 캠프를 통해 경북도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가질 수 있었으며, 앞으로 진로설정에 있어 다시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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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김치로 일본 열도를 달군 오영석 대표가 운영하는 처가방.

◆경북의 정체성과 벗나래 캠프

경북의 정체성은 '화랑·선비·호국·새마을정신'으로 대표된다. 이는 우리 존재의 밑바탕이자, 정체성을 정립하는 소중한 뿌리로 인식된다. 뿌리가 4대 정신이라면 기둥은 청년이다. 무성한 잎과 달콤한 열매는 우리가 거둘 미래다. 청년의 욕구는 즐거움과 개방성·포용성·어울림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보장되는 곳에서만 채워지기 마련이다.

캠프의 마지막 일정은 '김치'로 일본 열도를 달군 처가방 오영석 대표와의 만남이었다. 오 대표는 캠프 참여자들에게 "일본이 한국 김치에 열광하는 것은 상품성과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가치를 인정하면 민족과 문화, 역사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일본 사회의 배경과 저력은 우리 사회도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북을 떠나 타지에 사는 중장년층을 돌아오게 만드는 정책도 중요하다. 경북의 DNA를 갖고 타지에서 사는 중장년층의 '역'디아스포라. 바로, 벗나래 캠프가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3세대 교포인 이에리나씨는 할머니의 권유로 도민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한양대에서 한국어 공부도 했다. 그녀와 동행한 박숙미씨도 같은 회원이다. 이들은 경북 청년과의 교류에 있어 한치의 소홀함 없이 정성껏 대했다.

캠프 참여자인 박성수씨는 "평소 일본문화에 흥미를 느꼈고, 군 복무 때 자기계발 시간을 통해 일본어 공부를 하며 어렴풋이 세워놨던 계획을 이번 기회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교민께서 이틀씩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일본 문화와 직장 분위기 등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줘서 매우 감사했고,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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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북청년 벗나래 캠프에 참가한 경북청년들이 도쿄 코리아타운을 둘러본 뒤 3세대 교포인 이에리나(앞줄 왼쪽 셋째)씨, 박숙미(넷째)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 나은 경북의 미래를 위해

흔히 도쿄 신오쿠보역 주변에 조성된 코리아타운을 한국문화의 출발지라고 한다. 일반 사람은 '한류 거리' '일본 속의 한국'으로도 부른다. 50년 전 대구경북 청년이 섰던 자리에 MZ세대 캠프참가자 이현아씨가 섰다.

그는 "항상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재일동포의 모습에 놀랐다"며 "앞으로 더 활발한 문화교류 활동을 통해 선배 세대가 만들어 놓은 연결 고리를 굳건히 하는 등 양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하는 손다희씨는 "다문화 가정교육이 발달한 일본을 방문,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어떻게 정체성 문제를 극복했는지 직접 들어보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할 거리를 만들어가는 캠프활동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북도가 주최하고 인문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캠프는 경북 청년이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워크숍을 통해 △해외 발자취 재조명사업 참가의 의미 △미래 콘셉트는 무엇인지 △일본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사진=도쿄에서 장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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