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공짜는 없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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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4  |  수정 2022-12-14 06:49  |  발행일 2022-12-14 제31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장은 그저 이뤄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최근 경북 문경시가 서울의 숭실대 캠퍼스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법칙은 여실히 적용됐다. 숭실대를 모셔올 궁리를 하던 문경시는 지역의 문경대와 통합을 통한 캠퍼스 조성 방안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두 대학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찬성을 표방했던 문경대 총장이 태도를 바꿔 통합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자신이 설립해 수십 년간 운영해 온 학교를 남들이 다른 대학과 통합을 하라고 나선 것이 내심 불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문대학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당장 문을 닫을 정도는 아니기에 주변에서 다른 대학과의 통합으로 새로운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해도 수긍하기 힘들 터였다.

결국 문경시가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이라는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고 문경대는 백지 투항을 했다. 학생 수는 갈수록 줄고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치단체 등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대학은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된다. 문경대도 마찬가지다. 당장 증축 공사에 들어간 기숙사 공사도 재정지원이 중단되면 같이 멈춘다. 장학금 혜택도 없어지고 가뜩이나 어려운 신입생 유치는 벽에 부딪힐 게 뻔하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지역 대학이 '을'의 입장이 된 것은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으면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당장은 재정지원이 달콤했지만 특별한 사태에서는 '갑'인 자치단체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한 처지가 된 것이다. 공짜는 없는 법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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