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가장 아름다운 별 하나가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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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6  |  수정 2022-12-16 07:37  |  발행일 2022-12-16 제15면

[정만진의 문학 향기] 가장 아름다운 별 하나가
정만진 (소설가)

1897년 12월16일 알퐁스 도데가 이승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되었다. 알퐁스 도데는 45세이던 1885년 단편소설 '별'을 발표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마을과 떨어진 뤼브롱산에서 생활하는 양치기 목동이다.

목동은 평소에는 양하고만 어울리고 사람은 보름에 한 번씩 노라드 아주머니 또는 꼬마일꾼 미아로를 만나는 것이 전부이다.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목동의 식량을 들고 올라온다. 그때 목동은 마을의 소식도 듣는다.

목동의 최대 관심사는 주인집 따님 스테파네트의 근황이다. 물론 그녀가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가씨인 것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스테파네트가 스무 살 목동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것 또한 물론이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놀라운 일이 생겨난다.

노새에 식량을 싣고 올라온 사람은 노라드 아주머니도 꼬마 미아로도 아니었다. 두 사람에게 유고가 있어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직접 왔다. 꿈에서나 그릴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다니! 꽃 리본과 화려한 스커트, 레이스로 치장한 스테파네트 앞에서 목동은 수줍음에 겨워 말도 제대로 못 한다.

스테파네트는 해 질 무렵까지 목동의 거처를 둘러보고, 그와 대화를 나누는 등 애틋하게 상대를 대해준 뒤 마을로 내려간다. 목동은 황홀감에 젖어 정신없이 그 자리에 줄곧 서 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또 벌어졌다. 아가씨가 다시 올라온 것이다.

물에 흠씬 젖은 모습이다. 물이 불어난 도랑을 건너다가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옷을 말린다 해도 이미 어두워져서 스테파네트 혼자 마을로 내려갈 수 없고, 양을 버려두고 목동이 따라나설 수도 없는 지경이다. 종국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별똥별이 떨어지면 스테파네트는 "저게 뭐냐"고 묻는다. 그렇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던 중 스테파네트가 문득 목동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다. 목동은 해가 뜰 때까지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라고 생각한다.

서사에 긴장감이 생긴 것은 스테파네트가 물에 빠졌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행운이 생기지 않으려나" 하고 헛된 기대를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도 제법 많다. 원효가 경주 남천에 일부러 빠져 요석공주와 연을 맺은 고사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도 원효이기에 가능했을 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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