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송하 박물관 휴르 관장
대구의 한편에는 부엉이와 기억을 지키는 작은 박물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묻습니다. "부엉이 박물관을 혼자 운영하세요?" 그리고 이어서 묻습니다. "그게 유지가 되긴 하나요?" 그럴 때면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합니다. "입장료로는 전기세 내기도 빠듯해요. 그냥 제 몫이라 생각하고 해요." 사립박물관을 운영한다는 건, 기억을 지키는 일을 개인이 떠안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그 기억의 출발점에는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예술가로서 거조암 오백나한을 국내 최초의 유화로 완성했고, 518점의 작품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셨습니다. 나는 그 곁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정신을 예술로 붙잡아 남기는 힘을 배웠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박물관 휴르'의 씨앗이 내 안에 자라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을 지키는 일은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휴르는 작고 조용한 공간입니다. 화려한 홍보도, 유명세도 없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놀랍니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부엉이 전시를 감상하며, 공간이 전하는 감정에 머물다 갑니다. 그 반응이 나에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곳은 한 사람의 철학과 시간, 그리고 자비로 운영되는 작은 기록실이지만, '사립'이라는 이름 아래 종종 개인의 취미로 치부됩니다. 문화기관과 지자체는 공공성과 교육 기능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실질적 지원은 거의 없습니다. 전기세조차 버거운 공간에 공공교육의 역할을 기대하는 현실, 과연 이 모순은 누구의 몫일까요?
그럼에도 나는 박물관의 문을 닫지 않습니다. 관람객의 눈빛이 잠시 머물고, 노부부가 서로의 추억을 더듬으며 미소 지을 때, 나는 조용히 깨닫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고, 우리는 여전히 함께 기억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을.
이곳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잊힐 뻔한 조각들을 함께 붙잡고 나누는 공간입니다. 사립박물관은 취미가 아닙니다. 삶의 방식이며, 기억을 지키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의지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사립박물관이 감당하는 무게에 더 많은 관심과 연대를 보내야 합니다. 기억은 혼자 지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짐합니다. 조용하지만 강인한 부엉이처럼, 이 기억을 오래도록 지켜나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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