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이태형전- 인연'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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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2  |  수정 2022-12-21 15:37  |  발행일 2022-12-22 제16면
4전시실(2층)서 25일까지 열려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이태형전- 인연
이태형 작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이태형전- 인연
이태형 작

가로와 세로의 색면 조합이 얽히고설켜 있다. 좁은 선과 넓은 선, 화려한 색채와 무거운 색채, 가로와 세로가 만들어낸 단순하고 절제된 조형 형식이 전시장 내부를 가득 메우며 변화와 통일의 이미지로 이끈다.

2022 기억공작소Ⅳ '이태형展 - 因緣(인연)'이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2층)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이태형은 자연주의적 표현 양식과, 공간을 해체하고 형태를 재배치하는 추상적 조형 양식을 넘나들며 작업을 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금까지의 구상적 양식을 과감히 버리고 공간을 다시 해체하고 작품 부분 부분을 또다시 단순화시켜 작가의 주된 관심사인 '인간의 삶'을 시공간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추상적인 조형 양식을 잉태한 작품을 선보인다.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이태형전- 인연
이태형 작


작가는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 컴퓨터, SNS 등 스스로 습득하기 힘든 지식이 수없이 늘어남을 깨달으며, '내가 빠르게 변화하는 반복되는 알고리즘 속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 의문을 X축과 Y축으로 해, 인간의 삶을 시공간 속에 입체적인 형상으로 구조화하기 시작한 작업이다. 요컨대 X축은 사회, Y축은 그 속에 존재하는 자아로, 변화되는 사회 속에 있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유와 감정들로 인간의 근원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때론 화려하게, 때론 부드럽게 패턴이 가지는 통일감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감정과 의식의 대립 속에 일어나는 양립할 수 없는 충돌도 서로 결속하고 결합하는 X와 Y로 무한한 연대를 보여준다. 이는 서로 의지하고 기댈 수밖에 없는 인연 속에 녹아있는 치유의 메시지를 기억하라는 작가의 명령이자 소망으로 읽힌다. 그리하여 작가는 지금까지 그가 던져왔던 예술적 화두인 '인간의 삶에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또다른 예술적 질문을 제시한다.

작가는 작가노트에 "물성을 자르고 칠하고 붙이는 행위들 속에 나의 감성과 이성이 스며들어 사물로 신체화되는 성취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을 수직과 수평의 긴 면으로 단순화해 보여주는 속도감과 긴장감 등을 느끼며 오늘도 작업을 통해 물음 없는 질문을 한다"고 썼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업은 질문의 여정이며 그동안 도전과 변화를 추구해 왔다"면서 "이번 작품 속 패턴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인 형상은 시간의 무한함과 공간의 절대성 속에 맴도는 규칙과 같은 조합처럼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하고 싶어 하는 작가 내면 세계의 무한함을 비춰주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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