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젠틀맨…흥신소 사장이 검사 행세하며 나쁜놈 쫓는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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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08:23  |  수정 2022-12-30 08:51  |  발행일 2022-12-30 제39면

젠틀맨

완벽한 일 처리를 자랑하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에게 위기가 닥친다. 강아지를 함께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아 찾아간 어느 펜션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정신을 잃은 것도 모자라 졸지에 납치 사건 용의자로 몰려 체포된 것. 그러나 검사에게 연행되던 중 차량 전복사고를 당한 그를 사람들이 검사로 오해하자 이를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 하루빨리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경찰보다 먼저 사라진 의뢰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촬영 전문 조창모(강홍석), 미행 전문 조필용(이달), 해킹 전문 이랑(박혜은)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흥신소 직원들이 힘을 보탠다. 여기에 검찰 내에서 '독종'으로 통하는 김화진(최성은) 검사까지 합류하면서 막강한 팀이 꾸려진다. 그 과정에서 대형 로펌 대표 권도훈(박성웅)이 사법계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여성들을 접대에 이용한다는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젠틀맨'은 누명을 쓴 흥신소 사장이 우연히 검사 행세를 하며 악당을 쫓는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범죄 오락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위해 속도감을 더했고, 최고의 범죄 기술자들이 작전을 펼치는 케이퍼 무비식 잔재미가 덧붙는다. 일단 캐릭터 구성은 좋다. 흥신소 사장이지만 정의감에 불타 합법, 불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을 잡는 데 올인한 능청스러운 주인공을 포함해 그와 의기투합한 젊고 열정적인 검사, 이들을 돕는 드림팀 그리고 그 대척점에서 막강한 돈과 권력을 지닌 무소불위의 사이코패스 빌런 등이 이야기의 틀을 단단히 구축한다.

다소 산만한 전반부와 달리 권도훈의 비리를 파헤치는 후반부는 시각적 리듬으로 경쾌함을 더한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과 개성 넘친 인물 간의 관계망, 그 사이를 메우는 사건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는 듯 집요하게 판을 짰다. 풍부한 재료를 바탕으로 훅이 있는 캐릭터와 서사를 포착해 낸 지능적인 범죄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박에 가깝게 맞물려 놓은 사건의 구조가 후반부에 가서는 작위적인 대목들을 안이하게 넘기는 패착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전략이 꽤 성공적이었던 만큼 전술적인 측면에서 이야기의 밀도감과 개연성 부족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연출을 맡은 김경원 감독은 "무척 멋 부린 것 같지만 유흥가 뒷골목에 있을 법한 양복집이나 술집 사이를 걸어가는 사연 많을 것 같은 남자의 이미지에서 출발한 영화"라며 "감각적이고 빠른 호흡의 작품에 대한 열망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멀끔한 슈트 차림으로 등장하는 주지훈이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특유의 존재감을 뿜어낸 덕에 여성 관객에게 보다 심리적 만족감이 클 듯하다.(장르:범죄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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