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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블랙 코미디 같은 무인기 파동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다. 무인기 파동 말이다. 탐지부터 요격까지 총체적 부실이었다. 북의 무인기가 5시간 동안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녀도 우리 군은 헛발질로 일관했다. 허접한 변명도 가관이다. "북 무인기가 소형이라 격추하기 어려웠다." 보잉747쯤 되는 대형 항공기라야 격추 가능하단 얘긴가. "민가 피해 우려 때문에 사격에 제약이 있었다." 전투기·경공격기·공격헬기 다 띄우고 100여 발 사격했다는 건 서사가 아니었나. 경공격기는 이륙 직후 추락했고, 지난 27일엔 새떼를 무인기로 착각해서 28일 새벽엔 풍선을 무인기로 오인해 전투기가 출격했다. 개망신이 따로 없다. 군은 뒤늦게 "격추 못 해 송구하다"며 꼬리를 내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왜 열지 않았나. 열 상황도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수도권 방공망이 뚫렸다면 북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날릴 때보다 더 실질적 위기상황 아닌가. 선제타격하겠다더니 적기 침공에도 속수무책이라니. 보수 정권이 안보까지 무능하다면 어디서 점수를 딸 작정인가.
'전 정부 탓' 고질도 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017년부터 드론 대응 훈련이 전무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2019년 도입한 드론 테러 방어용 레이더와 주파수 무력화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나. 정권이 바뀐 후 7개월 동안은 뭐 했나.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다. 부진한 성적으로 물러난 어느 야구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못했다"고 말했다. 못난 변명이다. 여자배구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꼴찌팀을 1년 만에 압도적 1위팀으로 조련했다. 반전(反轉) 키워드는 감독의 능력이다.
'남 탓' 데자뷔는 또 있다. 2020년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2014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70%로 높이며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건 맞다. 하지만 아파트 급등은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됐다. 부동산을 잡을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는데 23번 깔짝거리면서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
#'형평' 실종된 사면
지난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인을 대거 사면하며 정부가 낸 메시지는 국민통합이다. 보수정권이 국민통합하려면 진보세력을 껴안아야 한다. 한데 이번 사면 대상은 주로 보수진영 쪽이다. MB를 비롯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봉근·정호성·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형이 면제되거나 복권됐다. 야권 인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신계륜 전 국회의원 정도다. 게다가 MB 사면에 대한 국민 여론은 반대가 더 많다. 국민통합이라고? 의구심이 증폭한다.
MB는 15년 잔여 형기와 벌금 82억원까지 면제해 줬다. 김경수 전 도지사는 복권 없는 5개월 형 집행정지다. 누가 보더라도 한쪽으로 경도된 사면이다. 사면·복권의 원칙과 기준이 뭔지 아리송하다. 민주당은 "적폐·부패 세력을 풀어준 묻지 마 대방출"이라고 성토했다.
'내 편 챙기기'는 경찰 인사에서도 불거졌다. 정부는 28일 프락치 의혹의 김순호 초대 행안부 경찰국장을 경찰대학장으로 보임했다. 치안감 승진 6개월 만에 치안정감이라? 초고속 승진의 신기원이자 파격적 행상(行賞)이다. 어쩌면 공직자에게 던지는 은유의 메시지일지 모른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충성하라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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