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尹心(윤심)의 힘

  • 이은경
  • |
  • 입력 2022-12-29 06:41  |  수정 2022-12-29 06:47  |  발행일 2022-12-29 제23면

2022122801000913500036891
이은경 정치부장

전당대회를 앞두고 요즘 국민의힘에선 속칭 '나인가 병(病)'이 유행이다. 당권 후보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은 나에게 있다'는 확신을 말한다.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룰 전쟁'에서 '윤심 전쟁'으로 구도가 바뀌면서다. 윤심을 얻어야 당 대표가 될 수 있고 당 대표가 돼야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차기 당 대표'라 쓰고 '총선 공천권'이라 읽고 있다. 당권 의지가 강할수록 증상은 심하고,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환자도 늘어날 것이다.

'윤심=나'라는 주장의 근거는 다양하다. 안철수 의원은 자신을 '윤석열 정부의 연대 보증인'이라며 '윤심=안철수' 공식을 밀고 있고,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장외 복심'이라는 장제원 의원과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내세워 연애하고 김장 담그는 걸 자랑한다. 김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 총선 공천 실무를 주도할 사무총장은 장 의원이 맡는 구도다. 김 의원은 일찌감치 용산 관저에 초대돼 윤 대통령과 무려 독대까지 한 인물이다. '신(新)윤핵관'이라는 윤상현 의원은 "나도 대통령과 수시로 연락한다"는 뜬금없는 고백도 했다. 윤 대통령의 '체리 따봉'을 받으며 이준석발(發) 위기에서 당을 지켰던 '윤핵관 브라더'의 맏형 권성동 의원, 여론 조사에서 당원 사이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나인가, 나겠구나'의 무한 루프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윤심과 가장 떨어진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 조사에서 민심을 압도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12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를 보면 유 전 의원은 27%로 1위로 2위에 오른 안 의원(7%)과 20%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민심에는 뒤지지만, 당심에는 앞선다는 안철수와 나경원 두 사람은 대통령의 신뢰가 약하다. 윤심을 내세우며 친윤 후보를 자처하는 이들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한동훈 장관 등판론이 나오고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발언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따라서 전대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용산을 향한 충성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다. 이는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당을 수습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당으로 이렇게 해나가는데,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7월8일)며 선을 그어온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가 당파 싸움이나 정파 싸움으로 가면 국민이 얼마나 짜증을 내겠나. 대통령도 그걸 원치 않을 것"(홍문표)이라는 지적을 아프지만, 새겨 들어야 하는 이유다.

2023년 3월 전당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2024년 총선 모드다. 총선 승리, 정확하게는 윤심 주도의 과반 확보 총선 승리는 집권 후반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필수 조건일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패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 정부가 될 수도 있다. 169석을 지닌 민주당의 힘은 이미 충분히 확인한 바다.

문제는 유승민 전 의원의 독주에서 보여주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다.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삼단논법이 총선에서도 먹힐까. 괴리가 커질수록 총선 승리는 멀어진다.이은경 정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