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맹꽁이도 문득 깨달은 천자문 해석

  • 이승로 새마을문고 대구시회장·수성고량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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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  수정 2022-12-30 07:48  |  발행일 2022-12-30 제14면

[책 속의 길] 맹꽁이도 문득 깨달은 천자문 해석
이승로 (새마을문고 대구시회장·수성고량주 대표)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딸딸 긁어서 너도 먹고 나도 먹고 배부르면 낮잠 자자'로 알고 있는 천자문이다. 고교 시절 한자 과목을 이수한 분들은 첫 구 '천지현황 우주홍황' 과 마지막 '위어조자 언재호야'는 알고 있을 것이다.

천자문은 사언절구 2개씩, 총 125문장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주흥사가 양무제의 명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야사가 전해온다. 주흥사가 우연한 일로 양무제의 노여움을 사 주살되게 됐는데, 이를 용서받는 조건인 '하룻밤 안에 4자씩 250구절 시를 짓되, 한 글자도 같은 글자를 쓰면 안 된다'는 명을 받는다. 이 때문에 주흥사는 하룻밤 새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하여 훗날 사람들이 그를 백수(白首) 선생이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이 때문에 천자문을 다른 말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른다.

윤일원 역자의 천자문 해석은 독특하다. 인문, 경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법고창신으로 재해석한 천자문해석을 저술했다. 저자는 인문학자가 아니라 공학도이다. 공학도로 살아오면서 첨단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 더 호기심이 생겨 찬찬히 읽어 보았다.

天地玄黃(천지현황), 宇宙洪荒(우주홍황):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우주는 넓고 거칠다. 우주 창조의 원리를 설파한 첫 구절이다.

孝當竭力(효당갈력) 忠則盡命(충즉진명): 너무 늦기 전에 부모님께 꽃을 보내라. 살아 있는 사람은 향기를 맡지만 죽은 사람은 향기를 맡지 못한다. 부 모에게 살아 생전에 효도하고 충실한 삶을 살아라.

지과필개(知過必改) 득능막망(得能模忘): 허물을 알았으면 반드시 고치고, 고치고 나서는 잊지 마라.

망담피단(罔談被短) 미시기장(靡恃己長): 남의 단점을 들먹이지 말고 나의 잘난 점을 뽐내지 마라. 허물을 알면 반드시 고쳐야 하는데 스스로 인정치 않고 탐욕스럽게도 재물을 구하고 명예를 좇다 보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고전을 통해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2022년을 마감하고 새해를 바라볼 때 스스로를 돌아보고 천자문 한 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승로〈새마을문고 대구시회장·수성고량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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