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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훤당의 외증손 한강 정구(작은 사진)가 도동서원 중건을 기념하기 위해 심은 것으로 알려진 은행나무. 남인 예학의 대가인 한강은 학문적으로 대선배인 한훤당을 제향하는 서원 건립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영남일보 DB〉 |
인간의 세계는 불완전하고 유한하다. 인간은 심신(心身)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몸을 가지고 있기에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을 겪게 되며,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으로 괴로움을 겪게 된다. 수양은 삶의 본질이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삶과 죽음의 갈래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수양이라는 것은 불완전한 '나'에서 완전한 '나'로 가기 위한 실천적 도구이며 불완전한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서 완전한 '신(神)'의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이러한 수양을 통하여 고통이나 불행을 벗어나서 행복하고 평안한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즉, 모순이 있는 상태에서 모순이 없는 완전무결한 상태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특히 유교는 개인적인 수양을 통하여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추구하고, 나아가 세상을 교화하고 이상사회를 만드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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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운 지음/화서나무/348쪽/2만7천원 |
책은 수양론의 관점에서 유교에서 수양론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교의 사상 체계에서 '수양'에 관한 것들을 골라, 유교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특히 우리 지역의 유학자 한강 정구의 삶을 통해 유교의 수양론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괴로움, 욕심으로 인한 괴로움, 경쟁과 스트레스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유교의 수양론이 충분한 해답을 준다고 주장한다. 또 예전의 수기치인으로서의 유교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스트레스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현대적 수양론으로서의 유교에 방점을 둔다.
책에 따르면 유교에서는 삶의 괴로움을 성정(性情)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본래 인간의 성품은 하늘에서 부여받아서 선(善)하면서도 완벽한데, 욕정(欲情)으로 인하여 성(性)이 가리어져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괴로움이 생기기 때문에 정(情)을 제거하고 본성(本性)을 회복하는 것이 성인의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저자는 과욕(寡欲), 지천명(知天命), 경(敬) 수양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여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한강 정구의 생애와 사상을 수양론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보여준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강 정구(1543~1620)는 심학(心學)과 예학(禮學)에 밝았으며 문학, 의학, 서예, 풍수지리, 점술, 지지(地誌) 등 박학다식하면서도 실용적인 유학자였다. 주자에 정통하면서도 주자를 재해석하는 한강의 학문은 한훤당과 퇴계, 남명의 학문과 사상을 융합하여 영남학의 정맥(正脈)으로 우뚝 서서 허목을 통하여 근기 지방으로 전해져서, 향후 이익과 안정복에게로 이어지면서 근기(近畿) 실학(實學)을 열게 되었다.
책은 16세기 경북 성주에 기거하였던 한강의 삶을 통해 공자에서 발원하여 주자를 이어 조선조 한훤당 김굉필, 퇴계 이황, 남명 조식의 맥을 잇는 수양론의 역사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유교경전학과에서 석사, 부산대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구한의대에서는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씨티은행에서 센터장으로 근무하였고, 그 이후 경북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서 수석 고용전문관, 다이텍연구원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인문교육철학연구원(K-HEP)을 운영하면서 부산대, 영남이공대, 가야대에서 외래교수로서 인문학, 교육학, 철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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