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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성민 배우와 함께 명품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 정희태. <빅보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숱한 화제를 낳으며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 26.9%로 2022년 하반기 최고 인기작으로 남은 드라마는 '펜트하우스2'(29.2%)에 이어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큰 관심을 모은 배경엔 이성민·송중기를 비롯한 실력파 연기자들의 공이 컸다. 연극·영화를 넘나들며 20여년 활동한 정희태 배우 역시 이번 작품으로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진양철 회장의 비서실장 '이항재' 역할을 맡은 그는 극중에서 빈틈없고 고지식한 성격으로 눈길을 끈다. 진 회장과 함께 순양을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결정적 순간에 차갑게 얼굴을 돌리는 배신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말끔한 수트핏으로 표준어를 구사하지만 때때로 진 회장과 단둘이 있을 때는 투박하고 찰진 경상도 사투리를 술술 사용한다.
정 배우는 "항재의 사투리는 사실 철저히 의도된 연기였어요. 평소 표준어를 구사하다가 진 회장과 단둘이 있을 때는 친밀한 밀도감을 드러내기 위해 경상도 사투리를 쓴 것"이라며 "사투리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내심 걱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귀에 착착 감기는 명품 사투리 연기는 두 배우가 경상도 출신이기에 가능했다. 진 회장 역할의 이성민은 대구 연극무대서 오래 활동했으며, 울산출신의 정희태 역시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경상도에 거주했다.
'미생' '허쉬' '미스터 션샤인' 등 화제의 드라마에 두루 참여한 정희태는 이번 작품의 성공요인으로 이성민·송중기 케미, '사이다' 대본 등을 꼽았다.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송중기가 작품의 대외적 관심을 견인했다면 이성민의 중후하고 묵직한 연기가 굳건하게 시청률을 받쳐주었다는 것.
정희태는 병증이 깊어진 진 회장이 섬망에 시달리며 서서히 파국으로 향하는 대목을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성민이 형은 영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씬바이씬(영화를 장면별로 쭉 이어서 분석) 기법을 도입하는 등 이번 작품을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 초반부터 큰 공을 들였다. 덕분에 배우들이 진지하고 깊이있게 작업에 임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소개했다.
연극과 드라마를 병행하며 2022년을 분주히 보냈다는 그는 이번 드라마가 자신의 연기인생에 '선물같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배우들과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을 마칠 수 있었으며, 더불어 연기에 대한 생각을 보다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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