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스위치' 박강역 권상우 "톱스타 화려함 이면 외로움 충분히 공감…돌아가신 아버지 떠올리며 임한 작품"

  • 윤용섭
  • |
  • 입력 2023-01-13 08:09  |  수정 2023-01-13 08:24  |  발행일 2023-01-13 제39면

2023010901000269400010701

당대 최고의 톱스타 박강의 인생이 하룻밤 사이, 180도 뒤집어졌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성격과 죽 끓는 듯한 변덕 탓에 주변 사람이라곤 유일한 친구이자 매니저 조윤(오정세 분)뿐인 그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두 아이의 아빠이자 성공을 위해 이별했던 첫사랑 수현(이민정)의 남편이 되어 있다. 술에 취해 잠들기 전 상상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더 황당한 건 친구 조윤이 톱스타가 되어 있고, 자신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무명배우라는 사실이다. 영화 '스위치'는 하룻밤 사이 모든 것이 뒤바뀐 박강의 사연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배우 권상우가 박강 역을 맡아 '웃픈' 상황에 처한 남자의 심경을 실감 나게 그려내며 권상우표 생활 연기의 진수를 발휘했다. 청춘의 심벌로, 한류 스타로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그였기에 스스로도 "거울을 보는 듯한 미묘한 느낌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마대윤 감독의 말마따나 자신만만하고 제멋대로인 톱스타의 모습부터 인생이 뒤바뀐 후 선보이는 생계형 배우의 짠한 모습까지 그야말로 '박강' 그 자체였던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 출연작 보고 눈물 흘려보긴 처음
영화에서처럼 삶이 스위치 된다면
국내 최고 히트작 출연해 최선 다할 것

관객에 웃음 줘야 하는 코미디 장르
역량 따라 평이한 대사로도 웃겨야
가족애 등 작품 선한 영향력에 더 애착

▶따뜻하고 코믹스러운 가족영화인 동시에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제법 컸다.

"그래서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역할이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출연을 고민했을 텐데 바로 뛰어들고 싶었을 만큼 신이 났다. 단순히 재밌기만 한 영화가 아닌 감동적인 부분도 크게 와닿았는데, 내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눈물을 흘리긴 처음이다."

▶박강은 '섭외 0순위' 배우이자 연예계 대표 스캔들 메이커다. 하지만 남모를 불안과 외로움으로 불면증에 시달린다. 실제로 공감되는 부분이 있나.

"일단 박강 같은 안하무인 후배가 있다면 충고를 하기보단 아예 상종을 안 할 것 같다. (웃음) 극적 재미를 주기 위해 그렇게 설정했지만, 사실 코미디 장르는 살짝 오버해야 연기하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다. 나도 남들이 보기에는 유명한 배우이고 부족한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어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다. 박강도 그런 것 같다. 남들이 부러워할 삶을 사는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건 외로움과 공허함이 늘 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선지 그가 특별히 미워 보이지는 않았고 충분히 공감하면서 연기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과 떨어져 홀로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던 가족의 부재가 클 것 같다.

"한 작품이 끝나면 바로 미국으로 향한다.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와선 차기작을 준비한다. 남들이 보기엔 되게 단순한 삶의 패턴이지만 일에 대한 집중도는 더 높아진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친구들 모임과 운동하는 시간을 빼면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생활도 익숙해지니 나름 편하다."

▶스위치된 박강은 자칫 스테레오 타입화되기 쉬운 전형적인 캐릭터인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리듬감과 유쾌함을 살려 숨결을 불어넣었다.

"최근 올라온 리뷰 중 제일 좋았던 건 '충분히 짐작되고 뻔한 이야기지만 오정세, 이민정, 권상우가 (연기)하니 새로웠다'라는 평이다. 물론 그런 감정과 느낌들이 잘 살아나도록 편집하신 감독님의 힘이 가장 컸다. 예를 들면, 택시 기사로 우정 출연하신 유재명 선배님이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내가 대성통곡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봉을 앞둔 시점까지 그게 과연 올바른 감정이었는지, 관객이 공감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그 장면이 편집돼 있었다. 다행이다 싶더라.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완급조절을 하셨는데 마치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내 삶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도 말했는데.

"이제껏 작품을 하면서 아버지를 떠올렸던 적은 없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기 때문에 추억은 없지만 아버지 산소는 매년 찾아갈 만큼 그리운 장소다. 극 중에서 '이번에는 네가 아버지 산소에 좀 가봐'라는 어머니의 말에 내가 시큰둥하게 '됐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3년 정도 아버지 산소를 찾아가지 못했다. 나에겐 너무 익숙하고 평생 찾아가야 할 곳이기 때문에 솔직히 죄송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유재명)와 함께 찍은 내 어릴 적 사진을 볼 때는 눈물도 쏟아졌다. 되게 유쾌하고 재밌게 찍었던 영화지만 한편으론 묵직한 부분이 있었다."

▶평소 애드리브를 잘 구사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선 오정세 배우와의 합이 유독 돋보였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애드리브는 재밌게 작업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사극 촬영 중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자 매니저에게 골프채를 가져오라고 시킨다든지, 이병헌보다 개런티가 많고, 손흥민 대신 광고모델에 캐스팅됐다는 대사 등이 모두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의외로 (오)정세가 카메라 밖에선 되게 조용하고 내성적이다. 대신 연기할 때 에너지를 확 터트리는 스타일이라면 (이)민정씨는 되게 활동적이고 친화력이 좋다. 매번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역 배우들은 너무 귀엽고 연기도 잘해서 계속 감탄하면서 지켜봤다. 덕분에 간혹 지칠 때도 힘이 났고 현장 가는 재미와 즐거움이 배가 됐다."

▶'탐정' 시리즈를 기점으로 '히트맨' '스위치' '위기의 X' 등을 통해 권상우가 코미디 연기도 가능한 배우라는 사실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 같다. 코미디 연기가 쉽지 않은 만큼 성취감도 있을 것 같다.

"대다수가 코미디 장르는 좀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는데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코미디만큼 힘든 연기도 없다. 송강호, 이병헌, 차승원 선배를 더 존경하는 이유도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늘 그 안에 코미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을 웃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배우의 역량에 따라 평이한 대사도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웃음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대사지만 아무런 피드백이 없을 때가 있다. 코미디로 대중을 웃고 울릴 수 있는 작품과 배우가 더 위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스위치'는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지만 코미디 안에 가족애가 있고, 영화가 주는 선한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더 애착이 간다."

▶한때 청춘의 심벌로, 한류 스타로 인기를 구가했다. 나이가 들고 가정을 이루게 되면서 배우로서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고민도 해봤을 것 같다.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여전히 핫한가?' '톱스타인가?' 스스로에게 반문하게 된다. 요즘 잘나가는 젊은 후배도 많고, 천만 배우 (마)동석이 형,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형과 비교해도 내가 후 순위로 밀려나 있는 건 사실이고, 한편으론 동기부여가 된다. 나이를 먹으니 솔직히 대중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지는 게 편하고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선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다. 잊힌 배우로 살지 않기 위해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계속 대중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자가 되고 유명해지다 보니 그게 정답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라는 극 중 대사가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가족이 생겼고, 여전히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요즘은 주위를 둘러볼 여유까지 생기다 보니 일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다.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지만 그런 시간조차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거 같고, 철도 들었다. 행복의 근원이자 삶의 원동력이다."

▶영화에서처럼 삶이 스위치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건 뭔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히트했던 작품들에 출연하고 싶다. 똑같은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무릎을 꿇고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일단 '스위치'가 새해의 포문을 연 첫 한국 영화로 기분 좋게 출발해서 기쁘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현장에서 모두가 땀을 흘려 만든 결과물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일은 언제나 설레고 즐겁다. 올해 계획은 다 잡혀있다. 다음 개봉작은 2020년 개봉해 240만 관객을 동원했던 '히트맨'의 후속작 '히트맨2'가 될 것 같고, 차기작으로는 액션 멜로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내가 소속사 수컴퍼니와 함께 제작사를 만들었는데 아마 내년에 첫 작품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금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배우 일을 하는 데도 좋은 에너지를 주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게 됐다. 배우로서 목표는 데뷔 21년 동안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500만명을 아직 넘어서지 못했다. 숫자가 다는 아니지만 작품이 개봉될 때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목표로 세웠을 만큼 갈증이 있다. 언젠가는 꼭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