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미완의 而立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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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1  |  수정 2023-01-11 11:17  |  발행일 2023-01-11 제26면
기자 생활 어느새 30년

수많은 사건사고 접했지만

연말연초 이어진 두 취재

사명감이나 보람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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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사회부장

올해로 기자 30년이다. 1993년 6월부터 쉼 없이 달려온 기자 나이만 어느새 이립(而立)이다. 서른의 이칭(異稱) '이립'은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를 의미한다. 돌이켜 보면 이립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일들과 사건사고 등을 취재하고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임인년(壬寅年) 마지막과 계묘년(癸卯年) 시작의 지난 열흘 또한 미완의 연속이었다.

임인년을 사흘 남겨둔 지난해 12월28일 문화부장과 함께 부산교도소를 찾았다. 영남일보 문학상(신춘문예) 시(詩) 부문 당선 내정자 장기복역수 한이로(필명)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회부장이 신춘문예 당선자를 취재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겠지만, 영남일보에서는 문화부장과 사회부장에게 한씨의 당선에 대한 최종 결정을 맡겼던 셈이다.

한국 문단 역사에 장기복역수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영남일보의 고민은 컸다. 수차례의 회의와 논의에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결국, 직접 만나 최종 결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한씨를 만나기 1시간 전쯤 부산교도소에 도착한 우리는 교도관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고, 사소한 것조차도 직접 질문하라는 말만 돌아왔다. 민감한 질문이 나올까 미리 걱정하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죄명이 무엇이며 복역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 묻고 싶은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를 본 순간 이런 질문이 입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물어야 했다. 100%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원하는 대답은 얻었고, 그를 신춘문예 최종 당선자로 결정하자는 데는 문화부장과 뜻을 같이 한 채 30분 정도의 인터뷰를 마치고 접견실을 나섰다. 기자 생활 동안 수많은 범죄자들과 인터뷰했지만,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기자로서의 임성수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불과 엿새 뒤인 계묘년 새해 1월3일 또 다른 취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마음으로 '국내 무인기 동호회원들의 북한 영토 촬영' 관련 내용을 취재했다. 동호회장을 만나 무인기 촬영에 대한 전반적인 취재를 한 뒤 직접 금강산을 촬영한 동호회원을 몇 시간 뒤 바로 만났다. 기자로서의 궁금증을 참지 못했던 것 같다. 그를 만나는 순간에도 반신반의, 하지만 그가 보여준 촬영 동영상과 무인기 조립 과정 등을 직접 보면서 '설마'가 '사실'로 다가왔다.

첫 만남에서 심한 경계심을 보이던 그가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주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그와의 대화 속에는 '북한(당국)'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관련 보도에 대해 국내법 위반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북한에 대한 불안감은 달랐다. 사흘 뒤 보도가 나갔고 반향은 컸다. 우려했던 그의 신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다행히 오늘(10일)까지는 별다른 사안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말과 연초 이어진 취재는 기자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했다. 사명감이나 보람보다는 기자로서의 의무라고 할까. 기자 나이 '서른'의 책임감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임성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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