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화려한 색채에 숨은 현대인의 불안...필립 그뢰징어 아시아 첫 개인전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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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  수정 2023-01-13 07:33  |  발행일 2023-01-13 제12면
내달 9일까지 대구 갤러리CNK

[Art&Culture] 화려한 색채에 숨은 현대인의 불안...필립 그뢰징어 아시아 첫 개인전
필립 그뢰징어의 'Untitled'

독일 중견작가 필립 그뢰징어의 아시아 첫 개인전 'WHY SO SERIOUS'를 서울 전시에 이어 갤러리CNK에서 2023년 첫 전시로 선보이고 있다.

필립 그뢰징어는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한 작품을 통해 근본적인 질서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품 첫 인상은 화면을 채운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로 인해 무한한 생동감이 넘친다. 하지만 그 이면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 슬픔과 기쁨, 혼돈 등 다양한 모든 감정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특히 뭔가 알 수 없는 예감이나 카오스적 혼돈, 낙관주의 유머가 뒤섞여 흥미로운 감성적 자극을 선사한다.

더욱이 그의 화면에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필립 그뢰징어식 화면구성법'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희한한 배경 속 기이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유영한다. 마치 이미 사라진 과거 문명의 유물들 사이를 거닐 듯 말이다. 미스터리한 기계식 구조나 요새, 불타는 스카이라인 등은 공상 과학소설이나 레트로(retro)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필립 그뢰징어의 그림은 순간순간 떠오르는 영감과 기억의 파편들이 한데 조화를 이뤄낸 대서사시와 같다. 그리는 방식도 빠른 속도감으로 즉흥적이고 순발력 넘치는 조형 어법을 구사한다. 그래서 오일, 아크릴, 파스텔, 스프레이 페인트 등 사용하는 재료 역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한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낭만주의 등 특정한 미술사조나 스타일에도 국한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뢰징어만의 방식으로 '온갖 상상력의 지평'을 특유의 추상적인 내러티브(narrative)로 구현해 낸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뢰징어 그림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바로 작품의 스토리 완성을 보는 이에게 맡긴다는 점이다.

작가는 "우리의 머릿속에 맴도는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 때로는 이런 인상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조차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런 기억의 파편들과 과거의 순간들을 내 그림 속에 배치하는 것, 이 과정이 정말 즐겁다"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나 머릿속이 가득할 때면 스케치를 시작한다. 그림 하나로는 그 많은 것들을 다 담기에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면 도미노처럼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 어느 순간 한 시리즈가 탄생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그 이야기의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라고 밝혔다.

전시에는 오일, 아크릴, 파스텔, 스프레이를 이용한 회화작품과 드로잉 등 40여 점을 선보인다. 일·월요일 휴관. 전시는 2월9일까지.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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