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걱정이다 걱정, 거꾸로 가는 교육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 |
  • 입력 2023-01-16 07:11  |  수정 2023-01-16 07:22  |  발행일 2023-01-16 제12면

2023011501000452200018461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모두와 마무리 발언 시간을 할애해 무려 43분 동안 '강의'를 했다. 언론이 뽑아낸 기사 제목을 보면 "교육 다양성을 위해 경쟁시장 돼야… 국가독점 안 돼" "교과과정 100년 전에 머물러… 사고방식 바꿔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미 '교육부도 경제부처가 돼야 한다'고 했으니 일관성은 있다. 이날 교과서나 학교 현실에 대한 기사를 보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의 머릿속 교실 풍경은 그가 다닌 70~80년대 '밑줄 쫙, 별표 땡' 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별나라에서 왔나?" "빙하 타고 나타난 냉동인간"인가 하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아무튼 이날 발언에 대해 중요한 몇 가지를 따져보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교육 개념은 국가주도 독점교육을 다양한 교육으로 만들어 경쟁시장 구도가 형성돼야 경쟁력이 키워진다로 요약할 수 있다. 교육의 다양성 존중이야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창의나 다양성은 어디에서 무너지고 있는가? 한국은 이미 학생들의 과잉 경쟁으로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 "한국 정부는 교육 투자 목표로 아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인가, 아니면 아동이 스스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말은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자신의 목표를 잃어버리고 번아웃된 청소년과 청년이 많고, 교육은 경쟁에 발목 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국교육의 문제는 교육과정이나 교사의 수준, 교과서의 문제로 다양성이나 국가경쟁력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교육의 최대 문제는 대통령 지적과 달리 교육의 목적과 거꾸로 가는 세계 최악의 경쟁이 문제이다.

또 과거와 같은 강의식, 지식전달식의 교과서는 퇴출돼야 된다고 하면서 AI, 디지털화에 적응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인재를 많이 양산해서 산업계와 각 분야에 공급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개념도 티처에서 코치, 컨설턴트, 헬퍼 이런 식으로 교사의 기능과 교육의 개념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말은 이주호 장관이 작년 말 EBS 인터뷰(대통령이나 장관은 스스로 달변가라고 생각하는가 싶지만 말을 들으면 문장이 하도 매끄럽지 않아서 내가 이해하는 대로 정리했다)에서 "맞춤형 교육이라는 건 교실에서 모든 아이가 1인 1장비를 가지고 있고, 그 디바이스 안에는 아이들의 수준과 학습 속도에 맞는 코스웨어들이 있어서 아이마다 다른 콘텐츠를 공부한다. 그러면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수업 시간에 뒤에 빠져서 아이들을 코치하고, 남은 여유가 있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사회·정서적인 멘토 역할도 하고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하면 된다"고 했는데 두 사람의 말이 같다.

마무리 발언에서 대통령은 "교육이라는 것의 개념이 바뀌었고, 교육의 목표와 목적이 바뀌었다" "교육 개혁 또 우리 교육문화에 있어서의 핵심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하면 우리 스스로가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하고, 우리 스스로가 넓은 사고를 해야 하고, 국제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면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에게 국제적 안목에 대해 알려드릴 게 있다. 2018년 말 'OECD교육2030' 보고서는 기후위기 심화와 불평등에 대비해 교육 목표에 미래사회를 바꾸어 나갈 역량에 변혁적 역량을 추가하고 학습자에게 행위 주체성을 길러주는 모두의 웰빙을 제시했다. 2021년 말 'UNESCO 교육의 미래 2050'은 기후위기는 더욱 빨라지고 심각해지고 있고 이를 막으려면 지금까지 교육의 목적이었던 개인의 성공, 국가경쟁력, 경제발전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공동체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연대와 협력의 교육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과 장관의 국제적 안목은 이와는 아주 멀지 않는가?

걱정이다, 걱정. 그래서 당부드린다. 교육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 다양한 교육전문가에게 미리 묻고 의견을 듣고 판단하고 말하시기 바란다. 하긴 더 큰 문제는 대통령 옆에 있는 교육전문가들이다. 먼저 두 국제 교육보고서를 읽기 바란다. 제발 미래교육으로 가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기자 이미지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