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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웅<현대미술가> |
비교하는 문화가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에서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의 비교 성향이 더 큰 것으로 나와 있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삶의 만족이 낮다고 했다. 그렇다면 비교는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일까?
타 지역에서 대구로 이주해 살아가는 친구가 말하길, 대구 사람들이 그 어디보다 비교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 말이 맞거나 아님을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사실 비교는 동질성이나 공통점이 많은 대상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 말인즉슨 타 지역에서 왔다고 특별히 이방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여기서 나는 대구 사람들의 시각적인 비교문화에 주목한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대구에는 미인이 많다는 말도 있다.(나는 실제로 대구를 다녀갔다던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여성을 많이 보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남남북녀의 논리대로라면 대구는 남자들이 주목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구에 미녀가 많다면 여성들이 자신을 가꾸는 데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서울의 제자에게 대구와 대구 근교에 SNS에 언급되는 유명한 예쁜 카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릉이 커피의 도시라면 대구는 카페의 도시란다. 흔히 인스타 감성으로 유명하다는 카페나 식당들은 음식과 공간 모두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조명의 색이나 조도까지 '사진발'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세팅되어 있어야만 한다.
혹자는 대구의 이런 세태를 소비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물론 섬유로 나라의 경제를 떠받들던 시기에 비해 대구의 경제구조가 많이 취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은 사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미의식과 관련되어 있다. 쉽게 말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름다운 것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시각적인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 어쩌면 섬유공장은 사라졌지만, 섬유를 만들던 미의식은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미술에서 비교는 사실 실력을 늘리는 데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다. 모방으로 재현의 원리를 익히는 것인데, 그릴 대상과 화면의 그림을 끊임없이 비교·수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즉 미적 감각은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우리 지역에 미녀가 많다는 것은 예쁜 사람을 많이 보면서 스스로도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 예쁜 공간이 많다는 것은 예쁜 공간을 보면서 더 아름다운 공간을 꾸미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미는 그 자체로 가치 있으며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즉 우리 지역은 비교만 많이 하는 곳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다.
구영웅<현대미술가>

구영웅 현대미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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