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빅매치 '유령'vs'교섭'…'아바타2'는 1천만 돌파할까

  • 윤용섭
  • |
  • 입력 2023-01-20 08:06  |  수정 2023-01-20 08:14  |  발행일 2023-01-20 제39면
극장가 푸짐한 설 명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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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덩달아 명절 특수를 노리는 극장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올 설 연휴 역시 '교섭'과 '유령'을 투톱으로 한 한국 영화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천만 관객을 향한 '아바타: 물의 길'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여기에 꾸준한 입소문을 타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웅'과 온 가족 필람 무비로 사랑받고 있는 '스위치' 그리고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할 애니메이션 등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액션과 극적 긴장감이 수반된 드라마와 첩보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설 연휴를 겨냥해 나란히 개봉했다. '교섭'과 '유령'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각각 '리틀 포레스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독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이해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활동을 떠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즉시 현지로 급파된 교섭 전문 외교관 재호(황정민)는 외교부의 원칙주의에 입각한 접근을 시도해 보지만 선례도 없고, 프로토콜도 통하지 않는 테러 집단과의 교섭에 난항을 겪는다. 현지 사정에 능통한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은 그런 재호에게 "여기엔 이 바닥에서만 통하는 룰이 있다"고 지적한다. 입장도, 방법도 달라 종종 마찰을 빚는 두 사람.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인질을 구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영화 '교섭'은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다만 피랍에 대한 묘사는 소재로만 활용했을 뿐 인질 석방을 위해 온 힘을 쏟으며 고군분투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 과정에서 전형적인 장르 영화의 서사 구조인 선악의 이분법을 배재한 대신 방법과 입장 차로 인해 사사건건 대립하던 재호와 대식의 사명감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았다. 국가와 종교, 집단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얽힌 차갑고 복잡한 민낯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과 현지 스태프가 제공한 실제 아프간 풍경들로 채웠다. 하지만 그 뒤에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완수해 낸 제작진의 악전고투가 있었다. 이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야 하는 영화 속 예측불허 상황과도 닮았다. 임순례 감독은 휴머니즘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웠던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액션을 포함한 극한의 서스펜스로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옭아맨다. 압권은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한 재호와 탈레반 사령관의 30분간의 막후교섭 장면이다. 별다른 미동 없이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만으로 이뤄진 이 장면은 그 어떤 액션보다 극적이며 역동적이다.


한국영화 '교섭' '유령' 나란히 개봉
화려한 캐스팅 중무장 정면승부 시작

노래하는 악어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3040 향수 자극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온 가족용 애니·뮤지컬무비도 볼만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 스크린 채워



영화 '유령'은 첩보 액션과 추리극이 뒤섞인 복합장르로 재미를 확장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경성을 배경으로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인 '유령'과 그를 색출하려는 조선총독부 간의 치밀하고 짜릿한 심리 게임과 반전, 액션의 쾌감을 담았다. 신임총독 1차 암살 작전이 실패한 후 신임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는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5명의 용의자를 외딴 호텔로 하나둘씩 불러 모은다. 명문가 군인 출신의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를 위시해 암호 전문 기록담당 박차경(이하늬),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 담당 천은호 계장(서현우) 그리고 통신과 직원 백호(서현우)가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모였다. 이후 이들은 카이토가 파놓은 함정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과연 '유령'은 누구일까. 그 실체를 쫓는 밀실 추리극의 형태를 띤 '유령'은 초반부터 의심과 견제를 반복하며 극적 긴장감을 키운다. 용의자 중에는 한시바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 잡혀선 안 될 사람, 총독 암살 작전을 성공시켜야 하는 사람이 있다. 결국 살아 나가려면 스스로 유령이 아님을 입증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발해야 한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단서를 찾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상충한 의지는 중반에 접어들면 대립과 연대, 반격을 오가는 본격 첩보 액션물로서의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쥰지와 카이토, 차경과 유리코 등이 보여준 액션은 남녀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다이내믹하다. 허명행 무술감독의 말마따나 액션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더 과감하게 나갔을 만큼 타격감이 느껴지는 리얼 액션의 실감을 전한다.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채워진 공간과 소품, 의상 등도 복합장르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든 기제로 작용했다. 장르물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이해영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가족을 겨냥한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설 연휴는 가족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먼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로, 만화 '슬램덩크' 완결 이후 26년 만의 극장판이자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영화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은 마법을 꿈꾸는 쇼맨(하비에르 바르뎀)이 노래하는 악어 라일(숀 멘데스)을 발견하게 되고, 한 가족과 뜻하지 않은 동거생활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뮤지컬 영화다. 노래하는 악어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악어 라일이 선 채로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모습은 마냥 친근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선 굵은 개성파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의 춤과 노래는 물론 20세기 대중음악계의 전설 스티비 원더, 엘튼 존이 OST에 참여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캐리와 슈퍼콜라'는 11살이 된 캐리와 친구들이 초능력을 지닌 슈퍼콜라와 함께 우주 악당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2014년 유튜브 채널 '캐리 앤 토이즈'를 시작으로 2022년 '캐리TV 장난감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키즈 콘텐츠 개발에 앞선 캐리소프트가 내놓은 첫 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이춘백 감독이 함께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은 물론, 전 세계 11개국 월드 와이드 개봉을 통해 글로벌 관객과의 만남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1994년 KBS에서 첫 방영을 시작한 이래 30여 년 동안 사랑받아온 '파워레인저'는 '극장판 파워레인저 캡틴포스: 지구를 위한 싸움'으로 관객을 찾았다. 이번 작품은 캡틴포스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극장판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캡틴포스 동료 간의 갈등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 변신 무기 레인저 키를 반납한 파워레인저들이 졸지에 배틀 게임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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