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TK는 참 무던하다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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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8 06:44  |  수정 2023-02-08 06:45  |  발행일 2023-02-08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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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라이벌(Rival)이란 용어는 강(江)이란 뜻의 River와 연관이 있다. 라틴어 어원인 리파리아(Riparia)가 리부스(Rivus)를 거쳐 리버(River)로 변했다. 가뭄이 들어 물이 귀해지면서 강 주변의 사람들 간에 갈등이 생겨났고, 상대편 주민을 라발레스(Rivales)라고 불렀다. 라이벌이란 이 라발레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낙동강을 따라 위치하고 있는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은 이 관점에서는 서로 라이벌이다. TK와 PK는 이미 수차례 낙동강 물을 놓고 다툰 바 있다. 그 대표사례가 위천국가공단 조성이 무산된 사건이다. 대구시가 부족한 공장 부지를 늘리기 위해 낙동강 변의 달성군 일대에 국가공단을 건설하려 했으나, 상수원 오염을 우려한 PK의 거센 반대로 결국 포기했다. 대구시민이 낙동강 상류의 구미공단에서 발생하는 식수오염 사건을 겪어 왔다는 점에서 TK는 이때 참 무던했던 듯싶다.

근자에는 신공항 문제가 쟁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동남권신공항 선정을 놓고 한차례 경쟁한 데 이어 최근에는 TK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PK는 동남권신공항으로 선정된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고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TK신공항 특별법에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

2021년 2월25일 국회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일대를 전격 방문했다. 그는 여기서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보니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1일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대통령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란 비판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김해, 밀양에 비해 꼴찌로 탈락한 가덕도신공항을 정권이 바뀌자 국토교통부와 국회가 밀어붙여 끝내 뒤집기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권의 정책쿠데타에 입법독재였다. 가덕도에 제공되는 특혜는 TK신공항에 비해 어마어마하다. TK는 불평만 했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아니 그때도 TK의 천성이 참 무던해서 그랬는지 모른다.

TK신공항 특별법에 이런저런 반대 이유를 대고 있는 민주당 PK 출신 최인호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소위원장에게 묻는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가?" "문재인 때는 되고, 윤석열 때는 안되나?" 가덕도신공항의 착공이 늦어지고 있는 건 TK 때문이 아니다. 애당초 바다를 메워 공항을 건설해야 하는 입지 때문이다. 앞으로 PK에는 공항이 2개(가덕도·김해)가 되지만, TK는 1개뿐이다.

온라인 어원사전을 보면 라이벌은 다른 사람과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one who is in pursuit of the same object as another)으로 정의되어 있다. 가뭄으로 강물이 마르면 서로 물을 나누고, 홍수가 나면 힘을 합쳐 강둑을 보수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하더라도 결국 협력하고 공존(共存)해야 할 사이이지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는 적(enemy)이 아닌 것이다. TK 의원들 중 유일하게 눈을 질끈 감고 가덕도신공항에 찬성한 의원이 홍준표 대구시장이었다. 어쩌면 오늘의 상황까지 미리 내다본 원려(遠慮)였는지 모른다.

지방소멸시대가 도래한 지금 TK와 PK가 싸우면 공도동망(共倒同亡)할 뿐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최인호 의원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교훈을 되새기기 바란다. 점점 비대해지는 수도권만 박수 칠 일이다. 차제에 TK 정치권도 그간의 무능함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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