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윤석열 대통령의 꿈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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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9 06:41  |  수정 2023-02-09 06:42  |  발행일 2023-02-09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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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사방이 온통 윤석열 대통령의 적(敵)이다. 노동자나 북한, 이란뿐만이 아니다. '민심'의 유승민 전 의원은 진작부터 적이었고, '당심'의 나경원 전 의원은 '반윤의 우두머리'로 명명되며 유승민과 동급으로 묶였다. 안철수 의원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은 '윤핵관'을 운운하는 자를 대통령에 대한 적으로 인식한다"는 대통령실의 친절한 해석까지 붙었다. 모두 '빼박' 적이다. 차근차근 하나씩 제거하고 이제 동지만 남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D-27, 과연 아군의 승리만 남았을까.

대통령이 당권 투쟁의 한복판에 등장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삼류 코미디로 전락했고, 동시에 윤 대통령은 윤핵관이나 당권 주자 급으로 격하됐다.

국민경선을 100% 당원 투표로 바꾸는 무리한 당헌 당규 개정이 그 시작이었다. '민심'의 유승민 전 의원을 쳐내고 나니 친윤을 읍소하는 나경원 전 의원이 '당심'으로 부상했다. '선(先)사표 후(後)해임'에다 초선의원 50명의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성명서까지 더해 나경원 전 의원을 끌어내렸으나 윤심의 김기현 의원은 떠오를 줄 몰랐다.

윤심은 집요했다. 이젠 안철수 의원이었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로 정리될 줄 알았던 구도가 뜬금없이 안철수 의원으로 쏠리자 윤핵관과 대통령실이 또다시 나섰다.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좌표를 찍었다. 실체를 가진 윤핵관은 없는 것이고, 대선 때 작동했던 '윤-안 연대'는 부정됐다. 현실 왜곡이자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것으로도 부족했던지 '대통령 탈당, 신당 창당'까지 예고했다. 이쯤 되면 김웅 의원의 SNS 글처럼 '전교 꼴등 윤핵관이 1등 되는 법'은 "1등을 죽인다. 다음 1등을 죽인다. 다다음 1등을 죽인다"밖에 없어 보인다. "시험을 치지 말고 담임 보고 1등 정해 달라고 해" "우리 그냥 선거 말고 박수로 뽑아요"라는 비아냥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집권당 전대가 이런 식으로 흘렀던 적은 없다. 대통령 뜻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당에 전달된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안타깝게도 그 부작용은 오롯이 대통령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해 30%대 중반(35.7%)까지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두 달여 만에 다시 60%를 넘어섰다. 대구경북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의 하락세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인 여당 대표를 뽑는 전대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뜻이 맞는 당 대표를 선출해 힘을 얻고 그 힘을 동력으로 집권 초기 국정 운영의 성과를 확실하게 거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당연한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전대는 당원들의 대표를 뽑는 민주적인 절차다. 300만원의 회비를 내든 30만원의 회비를 내든 당무개입과 선거개입은 정당화될 순 없다. 자유와 법치, 정의와 공정을 모토로 정권을 잡은 윤 대통령이 보여줄 바는 더더욱 아니다.

당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여당과 국회를 상명하복의 수직적 관계로 만드는 '민주주의 역행'의 후과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사이 국민의 정치혐오는 더 커지고 중도층은 떠날 것이고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내년 총선 승리는 더욱더 멀어진다.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의 꿈은 말할 것도 없다.
이은경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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