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 6인조 어쿠스틱 밴드 '음악여행'…대구 통기타 무대 이끈 밴드 리더 오영훈, 멤버 5명과 포크문화 저변 확대 나서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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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7 09:23  |  수정 2023-02-17 09:24  |  발행일 2023-02-17 제35면
인생이야기 음반 제작 결심
지난해 생애 처음 앨범 출시
자작곡 통한 정기공연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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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조 어쿠스틱 밴드 '음악여행'. 오른쪽 둘째가 리더 오영훈.

'참으로 오랜 시간 나만의 진솔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연로하신 어머님 생각과 사랑의 아픔으로 아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연인들을 생각하며 불러봅니다.' 지난해 10월 생애 첫 앨범(EP)을 출시한 포크뮤지션 오영훈(64). 그는 프롤로그를 그렇게 적었다. 어머니의 참빗과 서릿발, 그 두 곡의 노랫말은 자신이, 작곡은 라이브카페 '쎄시봉'의 대표 원찬희가 맡았다. '생전에 면사포 한번 못 써보시고…중략…오늘은 참빗 하나 사서 품속에 넣었네', 어머니의 참빗은 오영훈만의 사모곡이랄 수 있다. 전체 정조는 애잔하다. 80년대 초 국내 록 문화에 한 획을 그은 록밴드 사랑과 평화의 '어머니의 자장가'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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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1집 앨범.

밴드 리더인 오영훈. 그는 웬만한 추억의 팝송은 다 커버한다. 밤무대 업계에서는 나름 '레전드급'이란 평가를 받는다. 절정기엔 히트 친 팝송과 가요, 2천여 곡을 레퍼토리로 거느리고 있었다. 덕분에 13년간 실력파들만 오를 수 있다는 수성관광호텔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롱런한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그는 통기타를 들고 대구로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처음에는 동성로 라이브클럽 '꼬방꼬방'에서 노래를 불렀다. 가수 이상래와 손을 잡고 '대구통기타동우회'를 결성하는 데 일조한다. 2004년부터 달서구 본리동 네거리에서 7080밴드 '정다운 친구들'의 리더싱어로 활동을 한다. 나이트클럽 대림관에 온 추억의 밴드 '딕훼밀리' 무대에도 섰다.

지방의 무명 통기타 가수, 아무리 실력이 있다 해도 서울을 거점으로 나름 유명세와 인지도가 없으면 기반을 다질 수가 없다. 젊은 시절에는 깡으로 무대를 지킬 수도 있지만 생계에 지면 다들 이 바닥을 떠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음악이 뭔지도 모른 채 손님이 좋아하는 히트곡만 앵무새처럼 짖어댈 수밖에 없는 나날들, 그는 그런 생활에 점차 지쳐만 갔다.

일단 심기일전을 하기 위해 2011년 효목동에서 통기타학원을 오픈한다. 9년 전 만촌동 현재 자리로 이전을 한다.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음반으로 만들자고 결심한다. 그래야만 죽을 때 덜 억울할 것 같았다. 그런 맘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배가 맞을 것 같은 멤버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젊은 시절 나이트클럽 1진 무대를 주름잡았던 원찬희. 그가 기타학원을 차릴 무렵 중동교 근처에서 라이브클럽 '쎄시봉'을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뮤지션을 더욱 지치게 했다. 별다른 공연도 없으니 오직 새로운 노래 만드는 데 집중할 수가 있었다. 원찬희도 20여 년 전 10여 곡을 작곡해 두었다. 그 공력을 오영훈의 노랫말과 버무려 새 음반으로 숙성시켰다. 원찬희는 기타에 최적화된 뮤지션. 그룹사운드 '에그니스'의 리더 기타리스트, 이후 옛 중앙로 한일호텔 전속 윤창수 밴드 등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틈틈이 소년소녀가장 돕기 거리공연 등을 하면서 판에 박힌 듯한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한을 삭여냈다.

이밖에 라이브클럽 쎄시봉에서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치는 신정애는 유치원 교사 출신. 드러머 최종희는 한때 함중하 밴드에서 드럼을 쳤고 현재는 달성문화재단 드럼과 기타 강사. 베이시스트 김광우는 서울로 올라가서 '청개구리밴드'에 간여한 적이 있다. 부동산업을 하면서 클래식 기타와 키보드 연주에 열중인 서찬우도 의기투합했다.

음악여행은 지난해 5월 결성된다. 첫 음반의 경우 작사·작곡·편곡·녹음까지 자체 힘으로 해결했다. 향후 자작곡 정기공연을 통해 지역 포크문화 저변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글·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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