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가르칠 결심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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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0 08:06  |  수정 2023-02-20 08:06  |  발행일 2023-02-20 제12면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교육과정 설계 주간을 시작으로 학교는 새 학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교육과정 설계 주간 역시 백워드 설계에 바탕을 둔 논·구술형 과정중심 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깊이 있는 이해에 대한 고민과 새 교육과정을 살피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설계 주간에 연수 참여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 방향과 업무 파악, 수업 시수, 평가 계획, 진도표 작성 등 협의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수를 통해 교실 수업의 중요성과 변화를 강조하고 전체적인 수업 설계가 무엇보다 필요함을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죄송함이 불쑥 올라온다. 여러 가지 업무를 한꺼번에 하기도 하고, 학생 지도는 점점 힘들어지고, 담임으로서의 역할은 언제나 복잡하고 중요하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는 학교의 일,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응원만을 전하고 싶지만 우리 교사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수업과 관련된 일이라 멈추기도 어렵다.

선생님들께 수업 인생 그래프를 보여드린다. 한 차시, 한 차시 활동지 제작에 힘썼던 초임 시절과 긴 호흡으로 수업 설계를 하는 지금까지 수업 인생 그래프가 요란하게 출렁인다. 성찰은 필요하지만 맞고 틀림으로 나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요구했던 학교 현장의 과업이 큰 흐름에 따라 변화했을 뿐이다. 학교 현장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많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 AI가 그림도 그려주고, 시도 써주는 요즘, 수업을 향한 새로운 뉴 노멀(New Normal)이 필요하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교실에는 어떤 뉴 노멀이 필요할까.

질문과 탐구가 없는 교실은 힘이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사회에 나가서 어떤 쓰임이 있겠느냐는 말을 요즘도 듣는다. 이런 말들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부족, 질문과 탐구가 실생활에 전이되지 못한 경우에 듣게 되는 비판이다. 학습 전이가 잘된 인물로 '딴딴딴 딴 따단~'이라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라는 명대사를 남긴 맥가이버를 꼽고 싶다. 우리 학생들이 맥가이버처럼 필요한 상황에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낸다면 교사로서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일지 종종 생각하곤 한다.

전이란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학습한 내용을 새로운 장면에 적용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즉 학생들이 실제 생활과 연결하여 배움을 활용할 때 그것을 전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전이를 위해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교실의 뉴 노멀은 학생 주도의 탐구와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도적 탐구와 질문은 깊이 있는 이해로 이어져 전이가 가능하도록 한다. 질문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백워드 설계로 잘 알려진 이해중심 교육과정도 핵심 질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질문이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수업 설계를 위한 고민이 담긴 교사의 질문이 필요한 이유이다.

나는 학생이 좋아서,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교사로서 경력이 쌓일수록 동료에게 받는 위로가 학생을 가르치는 동력이 됨을 느낀다. 매해 어렵고 힘든 일은 도돌이표이며 올해라고 별반 쉬울 리 없다. 그렇지만 교사들은 또 움직일 것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지지와 격려, 배움과 실천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교직 문화, 학교와 교사를 믿고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우선 되어야 한다. 무엇부터,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2월, 꽃을 피우기 위한 보이지 않는 치열함이 곳곳에 숨어 있다. 가르칠 결심이 필요하다.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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