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힘'만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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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7  |  수정 2023-02-27 08:48  |  발행일 2023-02-27 제26면
北 무력시위로 긴장감 고조

'강대강' 대결은 자칫 공멸로

북한 주민들 인권 외면 말고

식량 문제와 농촌발전 지원

현명한 대북정책 고려해야

[아침을 열며] 힘만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2023년 2월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새해 첫날을 미사일 도발로 시작한 북한은 2월8일 인민군 창건일 75주년 열병식에서 전력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은 물론 고체연료 ICBM으로 보이는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는 한편, 남한을 겨냥한 공격 수단인 '초대형 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다양한 '핵 능력 전술 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지난 18일에는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고, 한미는 19일 미 공군 전략폭격기(B-1B 랜서)를 동원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20일 북한은 대남용 전술핵무기인 '초대형 방사포' 사격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23일에는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훈련을 감행했다.

19일과 20일 김여정은 '위임에 따라 경고한다'며, "적의 행동 건건사사(사사건건)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미 군사훈련을 '공화국(북한)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24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을 향해 '적대적 관행'이 계속된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16일 국방부는 '2022년 국방백서'를 통해 박근혜 정부 이후 처음으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기술했다. 이처럼 2023년의 한반도는 남·북한 모두 '강 대 강' 대결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북한의 내부 상황 특히 경제 상황은 심각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연일 대외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김여정과는 달리 김정은 총비서는 16일 '강동 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참여하는 등 '민생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2021년 말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농업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해결에서 실제적인 변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것을 계획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강령'을 지시하며, '농업생산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농촌문제 해결에서 현시기 절박하게 나서는 중요한 과업'이라고 강조하며, 농업생산의 과학화, 정보화, 집약화를 위해 국가적 투자를 늘려 농업생산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2023년 올해 '알곡 증산'을 첫 번째 정책과제로 삼는 것은 물론 '농업 문제 논의'를 위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경제문제 특히 식량문제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 2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한 연설에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이 지금의 차가운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어오길 바란다"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인권과 민생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우리의 대북정책도 그들과 같이 북한 주민의 인권과 민생은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역시 '강 대 강' 대결만으로 그들이 '변화'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일방적으로 몰아넣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힘'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것은 자칫 '공멸'의 길이 될 수 있다. 이보다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협력' 특히 '식량난 해결'과 '농촌발전'을 위한 협력과 같이 북한이 우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는 현명한 대북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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