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올 한 해 성공하려면"

  •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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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6 07:31  |  수정 2023-04-03 08:01  |  발행일 2023-03-0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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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봄이 왔다. 약동하는 생명의 합창 소리가 들린다. 혹한을 견뎌낸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고 산과 들의 야생화도 언 땅을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다. 봄은 새 출발을 의미한다. '출발'이란 단어는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가거나, 어떤 일을 시작함'을 뜻한다. '출발'은 가만히 앉아서 '성질이나 상태'를 묘사하는 '형용사'보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 꿈틀거리며 부단히 움직이는 '동사'와 더 잘 어울린다. 모든 출발에는 기대와 설렘, 긴장과 두려움이 있다. 한날한시에 출발해도 도착 지점과 성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단어 3월(March)은 로마의 군신(軍神) 마르스(Mars)에서 유래됐다. 삼월은 어원대로 전투의 달이다. 그렇다. 3월은 만물이 생존과 번식, 가을의 알찬 결실을 위해 서로에게 선전포고하며 치열하게 전투를 시작하는 달이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 동물이나 식물 모두 처음에 자리 잡기를 잘못하면 가을에 알찬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의 성장, 실력 향상을 위해 3월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도 전투를 시작하는 대자연과 같다.

좋은 출발과 자리 잡기,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학생을 가르치고 상담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공부가 즐겁고 부모 자녀가 함께 행복하기 위한 특별 비법은 없다. 긍정적인 자세로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성공적인 한 해를 위해 다음 몇 가지를 꼭 실천해 보자.

'제대로 먹고, 푹 자자.' 아침밥을 먹는 학생이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잠은 적게 잘수록 좋다고 한다. 이보다 잘못된 말은 없다. 잠은 학습의 연장이다. 잠을 자야 필요한 정보는 저장하고 불필요한 것은 지운다. 자지 않으면 배운 것을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다. 고3도 반드시 하루 6시간 이상 자야 한다. 수면 부족은 학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삶의 활력과 학습 의욕을 앗아간다. 푹 자고 깨어있는 시간에 집중하는 습관을 확립해야 한다. '잠 잘 자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자지 않은 학생을 상대로는 어떤 교육 활동도 할 수 없다.

자기주도 학습은 자기 주도 생활 습관에서 나온다. 충분한 수면이 그 출발점이다. 잘 자면 아침밥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밥상이 즐거워야 책상이 행복하다.

'선행학습'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이 조기 진도, 소위 '선행학습'에 드는 경비다. 선행학습이 소수 학생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절대다수의 학생에게 선행학습은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고 공부를 포기하게 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조기 진도는 교실 붕괴의 주된 요인이다. 어설프게 미리 배우고는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면 교사나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급우에게 피해를 준다.

최근 초등학생을 상대로 의대 진학을 위한 선행 학습반을 만든다는 보도가 있었다. 학부모는 말도 안 되는 '불안 마케팅'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빨리, 많이'보다는 '제대로, 정확하게' 공부한 학생이 마지막에 웃는다.

'선 이해 후 암기'를 가슴에 새기자. 모든 학습은 이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해만 하면 암기는 아주 쉬워진다. 이해 위주의 공부를 위해 선행학습보다는 예습 습관을 지녀야 한다. 예습은 배울 내용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문제 제기의 과정이다. 과목당 5분씩만 미리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교실에 들어가면 수업 집중도가 달라진다. 수업을 통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알 때까지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무실 자주 가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금요일 저녁에는 한 주 동안 배운 내용을 훑어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찾아 표시하고 주말에 보충하는 습관을 들이자. 이렇게 하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긍정적인 자세로 과정에 충실하고, 과정을 즐기며 여유를 가지려고 애쓰자. 과정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좋아진다. 남과의 상대적인 비교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얼마나 달라졌고, 오늘처럼 노력하면 내일은 얼마나 더 좋아질까를 생각하자.

학생에게 한 해는 직선 구간을 잠시 전력 질주하는 단거리 경기가 아니고,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마라톤과 같다. 초반에는 몸을 예열하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려야 한다.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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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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