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노래의 민족

  • 김단희 국악인·서도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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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8  |  수정 2023-03-08 07:50  |  발행일 2023-03-08 제16면

[문화산책] 노래의 민족
김단희〈국악인·서도소리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가사에 곡조를 붙여 만든 음악, 즉 노래로 가장 잘 표현된다. 하버드대 니콜라스 하크니스 교수는 세계에서 제일 노래를 잘하는 민족으로 이탈리아와 함께 한국을 꼽았다. 모음과 자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글 발음으로 단련된 탓일까. 대구의 '치나 칭칭', 제주의 '멜 후리는 소리'와 같이 이웃공동체와 리드미컬하게 노동요를 불러왔던 탓일까. 지상파 방송은 트로트 경연대회, 복면을 쓰고 노래하기 등 다수의 노래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든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노래자랑이 1980년부터 시작해 2천11회째 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DNA에는 노래를 잘하는 특별한 유전자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노래를 잘 부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평소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크고 또렷하게 말하고 남모를 비밀을 전할 때는 작고 부드럽게 말하듯 강약을 조절하며 선율의 높낮이와 리듬을 잘 표현하고 이를 지속할 충분한 호흡이 동반되어야 한다. 복식호흡을 권하는 이유는 신체가 안정된 상태에서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으므로 과한 숨을 들이쉬지 않기 위함이다. 긴장하면 성대가 조여지면서 소리를 편히 내뱉을 수 없기에 노래할 때 적절치 못한 상태가 된다.

예로부터 소리꾼은 산속, 폭포수 아래에서 소리 공부를 하거나 혹은 묵은 피를 토해야 득음을 한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엄청난 폭포 소리를 두고 나의 목소리를 이보다 더 크게 내기 위함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필자는 무대 위에서 많은 청중의 눈을 마주한다. 청중의 생각은 곧바로 눈빛을 통해 알 수 있다. 평가의 도마 위에 오른 것 같아 간혹 긴장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그 순간을 극복하고 집중하는 짜릿함이 있다. 온전히 상황에 집중하고 노래를 부르면 일순간 두려움은 이내 성취감으로 바뀐다.

"노래를 잘하려면 이혼 3번은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살아가면서 느끼고 겪는 희로애락과 다양한 경험이 노래를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은 대부분 한 곡 이상의 애창곡이 있다. 애창곡에 본인의 애환이 담긴 삶과 행복한 마음을 얹어 부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그 옛날 제를 지내고 여럿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을 췄다는 상고시대 삼한의 기록처럼 노래의 민족답게 오늘날에도 우리는 노래와 함께 삶을 영위한다. 김단희〈국악인·서도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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