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핵직구]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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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8  |  수정 2023-03-08 06:58  |  발행일 2023-03-08 제27면

[돌직구 핵직구]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기독교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경구(警句)이다. 음식의 맛을 내고 부패를 막는 소금은 사람에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사회적으로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양심적인 비판세력으로 비유되곤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은 어디에 있는가. 당연히 윤석열 대통령과 그 정부에 있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영국 액튼 경의 말이 없더라도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헌정질서하에서 그런 소금의 역할은 야당과 언론에 주어져 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어떤가. 국회에서 300석 중 169석이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광복 후 이처럼 무기력하고 썩은 야당을 본 적이 있는가.

이재명 대표만 해도 '중대한 지역토착 비리'(이원석 검찰총장)의 주범으로 기소되었다. 대장동 의혹, 성남FC후원금 의혹뿐 아니라 백현동개발 의혹, 경기도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 줄줄이 수사가 예고되어 있다. 중진 노웅래 의원과 몇몇 전현직 의원도 금품 수수 사건으로 기소됐다.

국회의원도 하루가 24시간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그 귀한 시간을 방탄국회를 열거나 당권 싸움과 공천 싸움, 심지어 외유(外遊)에 허비하고 있다.

전기요금, 생필품 가격이 치솟아 서민의 삶이 팍팍해져도 야당 의원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정부를 질타하거나 대안을 마련했다는 얘기는 없다. 기껏 면책특권에 기대 '가짜뉴스'만 남발하다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이나 용산의 참모들이 야당을 두려워하겠는가.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의 적자요, 양심 세력으로 자처해 온 김대중·노무현의 정당이 어쩌다 이렇게 추락했는가.

권력과 자본을 견제한다는 우리 언론은 또 어떤가. 보수정권에 대한 무서운 감시자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진보신문 한겨레는 지금 대형부패사건으로 폐간 수준의 위기를 겪고 있다. 대장동개발사업자로부터 아파트 분양대금으로 9억원을 받은 편집국 간부를 해고해 놓고 "자체 조사 결과 돈거래가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차용증도 없이 거액을 받은 이 기자는 대장동사건이 언론에 터져 나올 무렵 신문총괄직이란 중요한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도 기사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확인할 수 없다는 교묘한 말장난은 독자와 국민에 대한 2차 가해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다른 몇몇 중앙 언론사 기자들도 부끄럽고, 또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의 목탁이란 자랑은 접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다 잘하는 것이 아니다. 지지율이 40%대라면 절반 이상의 국민이 싸늘한 시선으로 용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물가와 금리는 오르고 무역적자와 기업수지는 악화하고 있는데 인사 실패만 거듭되고 있다는 한숨이 커지고 있다. 저출생과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이 죽어간다면, 세상의 소금이 그 맛을 잃어간다면, 이제 누가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것인가. 아니, 처음부터 이들을 소금으로 여긴 것은 큰 착각이었나. 소금이 아니라 기득권 고깃덩어리로 변한 것은 아닌가. 그나마 정권교체로 이들의 비리 일각이 드러난 것을 작은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가. 참담하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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