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과학 분석 통한 고대 사람들의 식단 복원 ①

  •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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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0  |  수정 2023-03-10 08:31  |  발행일 2023-03-10 제21면
뼛속 동위원소로 주식·생업 알 수 있어…신라는 신분 따라 식단 큰 차이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과학 분석 통한 고대 사람들의 식단 복원 ①
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필자가 근무하는 박물관에는 경북 경산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다수의 고인골과 다양한 종류의 동물 뼈가 보관되어 있다. 그 덕분에 여러 차례 고인골에 대한 생물인류학적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고 동물 뼈를 관찰하여 그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고인골 자료를 이용한 식생활과 생업에 관한 연구는 미미한 편이었고 당시 사람들이 섭취한 '음식원(food source)'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최근 경산 조영동고분군에서 출토된 고인골과 동물 뼈를 함께 분석하여 당시의 음식원을 파악하고 그들의 식생활을 복원하고자 시도한 바 있다. 즉 삼국시대의 분묘에서 출토된 고인골과 동물 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가장 기초원소인 탄소, 질소, 산소 등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질량의 차이를 이용해 질량비를 측정하여 어떠한 생태계의 변화를 확인하는 분석 방법)을 실시하여 섭취한 음식의 종류를 확인하고 고인골의 성과 연령, 계층별로 드러나는 식생활 차이를 통해 각각의 음식원이 전체 식단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를 계산하는 연구였다. 이는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뼈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고대 사람의 생업활동과 고식단(paleodiet)을 밝혀냄으로써 옛사람들의 생활을 새롭게 복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뼈를 활용한 과학적 연구의 배경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뼈의 화학성분은 한 개인이 생전에 섭취했던 음식의 기록을 담고 있다. 게다가 사후에도 그 기록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보존되기 때문에 과거의 생활상을 알려 주는 훌륭한 고고학적 자료가 된다. 다시 말해 옛사람의 뼈에서 콜라겐을 추출하고 여기에 들어있는 안정동위원솟값을 분석하여 한 개인의 음식원이 농업경제에 기반을 둔 쌀과 보리 등의 작물에 의존했는지, 육류는 해양자원과 육상자원 중 어느 쪽에 더 의존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 내에서 성과 연령, 신분에 따른 식재료에 대한 접근도를 함께 밝힐 수 있어 당시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광합성 방법 따라 C3-C4계열 나뉘어
주식작물 벼·보리-조·기장 구분 가능

육류소비 많다면 질소동위원솟값 높아
해양성 동물 섭취 여부 파악에도 이용


고대인 의외의 식단

해안가 늑도유적 육상동물 식생 확인
부산 동래패총, 식물·가축 위주 소비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되는 뼈를 이용한 과거 식생활 복원 연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주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법이 이용되고 있다. 탄소 안정동위원소는 식물의 광합성 방법의 차이를 이용하여 과거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었던 작물을 밝히는 데 유용하다. 식물은 광합성 방법에 따라 C3계열의 식물(벼, 보리, 밀, 콩 등)과 C4계열의 식물(옥수수, 조, 기장, 수수 등)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식물의 동위원솟값의 차이를 이용하면 당시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작물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질소 안정동위원소는 해양성 식료를 먹었는지 아니면 육상 식료를 먹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또한 먹이사슬 단계의 특성에 따라 채식 위주의 식단인지 육식 위주의 식단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육류의 소비가 높아질수록 질소 안정동위원솟값이 높아지기 때문에 질소 안정동위원소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 정도를 잘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신석기 농업혁명 이후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소나 돼지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의 소비가 증가하는지를 밝혀내기도 하였다. 또한 이 연구방법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해양성 동물단백질을 섭취하였는지 파악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왜냐하면 해양 생태계는 육상 생태계보다 높은 질소 안정동위원솟값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이 해양 식재료를 소비하면 육상 식재료를 소비한 사람보다 높은 질소 동위원솟값을 갖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사람 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옛사람들의 식생활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고식단(paleodiet) 자료가 거의 없는 선사시대와 고대의 식생활 및 생업활동을 유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원삼국시대 유적의 대표적인 연구 사례로 경남 사천의 늑도유적과 부산 동래패총의 인골과 동물 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들 수 있다. 이 분석 결과 두 지역 모두 벼, 보리, 밀, 콩류와 같은 C3계 식물과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육상 야생동물을 섭취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늑도유적은 해안가에 위치하지만 어패류와 같은 해양자원이 아니라 농경을 기반으로 C3계 식물과 육상 동물자원을 주로 소비하였음을 밝혀냈다. 동래패총의 경우에도 패각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적이지만 해양자원이 아니라 오히려 C3계 식물을 기반으로 한 식생활 패턴에 소, 말, 돼지와 같은 가축을 소비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보아 원삼국시대의 생업경제는 곡물을 중심으로 하는 농경사회였으며 이러한 영향력이 해안지역까지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삼국시대의 경우에는 경남 김해 예안리고분군, 경북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고분군, 경북 영주 순흥 읍내리고분군, 경남 창녕 송현동 15호분 등 신라와 가야유적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인골을 대상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대체로 C3계 식물, 가축과 육상 동물에 의존한 생업경제였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원삼국시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사회집단 내에서 성이나 연령, 신분에 따라 동위원솟값에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김해 예안리고분군 출토 인골의 경우 남녀 간 식생활 차이가 컸고 경산 조영동고분군의 경우 주피장자와 순장자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따라서 삼국시대는 각 개인의 지위나 성별, 사회적 역할에 따라 음식원(food source)에 대한 접근도가 달랐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되는 인골과 같은 유기물의 안정적인 수습과 보존 그리고 안정동위원소와 같은 다양한 방법의 과학적 연구는 고대 사회를 복원할 수 있는 또 다른 열쇠가 될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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