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빨치산의 딸

  • 김은주 새마을문고북구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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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  수정 2023-03-24 07:51  |  발행일 2023-03-24 제15면

김은주
김은주〈새마을문고북구지부 이사〉

소설의 주인공인 고아라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실제 글쓴이 정지아의 삶도 일부분 반영되었기에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내 가슴에 더 와닿았다. 아버지가 겪은 인생은 파란만장했지만 어떤 일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이, 그 아버지로 인해 가족, 친척들이 겪어야 할 세월의 아픔이 때론 가슴 아프게 때론 코믹하게 내 가슴에 잔잔하게 울려 펴졌다. 남한의 현대사에서 금기로 묻혀 있던 빨치산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념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의 아픈 과거사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는 20년 가까운 감옥살이를 마치고 고향인 구례에 터를 잡고 살아간다. 아버지는 초면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고, 동네일은 발 벗고 나섰으며 빚보증을 여러 번 서는 바람에 가난해졌다. 특히 농사도 젬병이어서 소설 초반부에서는 아버지의 이런 모습들이 한심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에 찾아온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들은 장례식장에서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아버지와 모두 함께했고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곳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이었다.

아버지는 모든 만남과 인간관계에 있어서 '최선의 이별'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남을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빨치산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의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내 삶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간으로서 어떠한 가치를 남기고 남을 위해 얼마나 애썼을까. 자기답게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은 늘 내일을 향해 성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타인을 존경하며 도울 수 있으며 이는 자타 함께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사랑의 힘으로 나로부터 해방되어 진정한 행복을 맛보길 소원한다.

김은주〈새마을문고북구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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