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원자력 산업의 역사 .2] 원전 기술자립 40년 여정 경북서 꽃피우다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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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6 07:30  |  수정 2023-04-06 07:31  |  발행일 2023-04-0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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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문무대왕면 바닷가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경주는 원전 6기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을 갖춘 국내 원자력 산업 핵심 지역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제공>
경북은 명실상부한 국내 원자력 산업의 메카다. 1983년 경주 월성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40여 년간 한국 원자력 산업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원전 설계부터 운영,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까지 원전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국내 유일의 지자체이기도 하다. 앞으로 경북에는 3기의 원전이 추가로 지어지고, 소형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MR) 국가산단과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들어선다. 원자력은 물론 국내 에너지 산업의 미래가 경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2편에서는 경북 원자력 산업의 흐름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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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경북 원전 신호탄
한울 3·4호기 표준설계 도입
해외 기술 의존도 크게 낮춰

작년 신한울 1호기 상업운전
원전 건설 전분야 기술 자립
관련 기관도 속속 경북으로

文정부 탈핵정책 한때 위기
尹정부 친원전 재도약 기회
신한울 3·4호기 건설 속도

◆경북 동해안, 원자력 발전의 중심으로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원전)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다. 1978년 4월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국내 원자력 역사의 출발을 알렸다. 이어 정확히 5년 뒤 국내 두 번째 원전이 가동에 들어갔다. 월성 1호기다. 경주에 세워진 월성 1호기는 동해안 원자력 산업의 신호탄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원전 건설 기술력이 없었던 터라 해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 발전소를 지었다. 해외 업체가 착공부터 준공까지 설계·자재 구매·시공·시운전을 도맡는 일괄발주(Turn-Key·턴키)방식으로 사업이 이뤄진 것이다. 월성 1호기 역시 턴키방식으로 캐나다원자력공사가 건설을 맡았다.

이후 한울 1·2호기가 울진에 들어섰다. 한울 1·2호기의 특징은 원전 2기가 1개의 보조건물을 공유해 경제성을 살리도록 설계된 것이다. 특히 한울 1·2호기는 해외 업체에 일괄 발주를 주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사업관리를 주도하고 종합설계 용역, 원자로설비 공급, 시공 등 분야별로 해외 업체에 분할 계약하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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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는 원자력 발전 기술의 원리 등을 소개하는 홍보관이 자리한다.
한울 1·2호기 사업은 국내 업체가 설계·기기 제작·시공 등 공사 전반에 직접 참여해 시공 분야에서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설계 분야 6%, 기기공급 분야에서는 40%까지 국산화율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울 1호기는 1988년 9월, 2호기는 1989년 9월 각각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1990년대 경주에 월성 2·3·4호기가 차례로 준공돼 발전을 시작했다. 월성 2·3·4호기는 한전이 원전 건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에 분야별로 도급을 맡겼다. 해외 업체가 아닌 국내 업체 주도로 원전이 건설됐다는 데 그 의미가 컸다.

이후 건설된 한울 3·4호기는 최초로 표준원전 설계 개념을 도입해 한국표준원전 건설의 시발점이 됐다. 원전 건설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자립을 이룩하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원전 기술은 한 단계 도약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한울 5·6호기를 조성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 한울 5·6호기는 원전의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의 재질변경 등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했고, 운전 및 유지보수의 편의성까지 향상시켰다.

신월성 1·2호기는 한국표준원전(OPR1000) 노형으로 세워졌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원전 역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30여 년의 건설 및 운영 경험 등을 토대로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 원전 종사자의 운전 편의성과 방사선 피폭 저감을 비롯해 합성구조물공법과 원자로냉각재계통의 자동용접 등 신공법이 적용됐다.

경북에서 가장 최근 지어진 신한울 1·2호기는 OPR1000을 개량한 차세대 원전(APR1400) 노형으로 건설됐다. 각종 성능시험으로 안전성과 우수성이 입증된 신한울 1·2호기는 원자로냉각재펌프와 계측제어설비를 국산화하는 등 원전 건설 전 분야에 대해 완전한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고 평가받는다. 신한울 1호기는 지난해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신한울 2호기는 올해 9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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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성된 월성원자력홍보관의 내부 모습.
◆경북 원자력 산업, 위기에서 기회로

원전 외에 원자력 산업 관련 기관도 속속 경북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본사가 먼저 경주로 이전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방사성폐기물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 보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운용하며,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면적 206만㎡ 규모로 10만드럼을 동굴처분 방식으로 저장할 수 있다.

원자력 관련 인력 양성과 운영을 위한 핵심 인프라도 갖춰졌다. 2013년 11월 울진의 평해공업고가 원자력 마이스터고(현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로 지정된 뒤 2016년 3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옮겨왔다.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관할하는 국내 최대의 발전사업자이자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다.

2019년 3월과 6월에는 각각 한전KPS 원자력정비기술센터와 원전현장인력양성원이 문을 열었다. 포항에 있는 포스텍 원자력전문대학원에 이어 글로벌 원자력 공동캠퍼스가 설립되면 관련 인력 양성과 수급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원자력 산업은 한때 암흑기를 맞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2)의 '탈핵 정책' 때문이었다. 당시 가동되던 원전이 멈춰서고, 건설이 확정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는 일도 벌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성 1호기다.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는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지난해까지 가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갑자기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2019년 2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12월 원안위가 안건을 승인하며 월성 1호기는 결국 멈춰 섰다.

울진 신한울 3·4호기와 영덕의 천지 1·2호기는 건설도 확정됐다가 갑자기 없던 일이 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신한울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12월 준공될 예정이었다.

위기를 딛고 국내 원자력 산업은 다시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정책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고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을 통해 원자력 산업 확대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신한울 1호기를 빠르게 준공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또 운영허가가 만료된 원전도 계속 운전하기로 했다.

또 지난 3월 경북에 대규모 원자력 관련 국가산업단지 건설도 확정됐다. 국토교통부는 경주와 울진을 각각 SMR 국가산업단지와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최종 선정했다. 경북이 원자력을 넘어 국내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에 맞춰 경북도는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 안에 기업 지원을 위한 SMR혁신 제조기술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울진에도 국가산단 조성에 맞춰 원자력수소 생산·실증단지, 경북 원자력방재타운 등이 들어선다. 이외에도 경주에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문무대왕과학연구소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며, 중수로 해체기술원, 방사성폐기물 분석센터, 국립 탄소중립 에너지 미래관 조성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사업도 순항 중이다. 내년 말 사업이 마무리되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12만5천드럼을 추가로 저장할 수 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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