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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5B1호 부곽 출토 백합 |
지난 글에서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되는 뼈를 이용해 과거 식생활을 복원하는 연구에 대해 소개했다. 주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법이 이용되고 있는데 탄소 안정동위원소는 식물의 광합성 방법의 차이를 이용하여 과거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었던 작물을 밝히는 데 유용하고, 질소 안정동위원소는 해양성 식료를 먹었는지 아니면 육상 식료를 먹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로 이용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경산 조영동고분군 출토 인골 분석
성별·연령에 따른 식생활 차이 없지만
동물성 단백질 전체 식단서 높은 비중
무덤 주인 양질의 식생활 누렸단 의미
농업과 함께 사냥 활동 중요했을 듯
이렇듯 과학적 분석을 통해 (원)삼국시대에는 주로 농업경제에 기반을 둔 식생활을 했다는 사실은 밝혀냈지만 각각의 음식원이 전체 식단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인골들이 대부분 분묘에서 출토되는데 분묘에서는 식재료가 거의 출토되지 않기 때문에 각 식료의 식단 기여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혹 식재료로 사용된 동물 뼈가 출토되었다 하더라도 인골과 함께 동물 뼈를 분석하지 않아 어떤 동물이 식재료로 이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의 연구는 전체 식단에서 각각의 음식원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넓은 의미에서 몇몇 음식원의 상대적 중요성을 추측하는 데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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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유적 출토 밀 |
그뿐만 아니라 기존에 보고된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으로 식단(diet)과 음식원(food source)을 추정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 측정값이 하나가 아닌 복수의 음식원을 소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즉 단일한 동위원솟값으로 각각의 음식원을 명확히 분리해 내기 어렵고 게다가 사람이나 동물이 이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생리적 대사(physiological metabolism)에 따른 동위원솟값의 변화도 함께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생태학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안정동위원솟값을 이용한 통계학 모델을 적용해 소비한 음식원의 기여도를 추적하기도 한다. 고고학에서도 이러한 통계학적 모델을 적용해 당시 사람들이 먹었던 식단에서 각각 음식원의 상대적 비율을 수치적으로 계산하고 과거 사람들이 섭취한 음식원의 상대적 기여도를 좀 더 정확히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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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5B2호 주곽 출토 돼지뼈 |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경북 경산 조영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인골과 동물 뼈의 탄소 및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영동고분군 E지구 고분에서 출토된 52개체의 인골과 22개체의 동물 뼈에서 시료를 채취해 콜라겐을 추출하였으며, 이 시료들 가운데 콜라겐 오염지수를 통과한 30개체의 인골과 14개체의 동물 뼈의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임당유적 사람들은 육상조류는 물론 해양어류도 함께 섭취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말과 소의 동위원솟값은 일반 멧돼지나 사슴보다 높아 말과 소가 이미 이 시기 가축으로 사육되었고 조나 기장과 같은 사료를 먹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돼지는 말과 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탄소 동위원소와 높은 질소 동위원솟값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남기거나 버렸던 음식 잔여물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의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가 사람과 유사하여 개도 가축으로 돼지처럼 사람의 잔반을 어느 정도 소비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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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
인골의 탄소 안정동위원솟값을 분석한 결과 임당유적 사람들이 주로 해양보다는 육상의 동물과 C3계열 식물(벼, 보리, 밀, 콩 등)에 더 많이 의존하되 해양 자원이나 C4계열 식물(옥수수, 조, 기장, 수수 등)을 같이 소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골의 질소 안정동위원솟값을 분석한 결과 육상 동물자원 소비가 높았음을 알 수 있는데 야생조류와 가축의 소비량이 상당하였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 피장자와 순장자 사이에는 탄소와 질소 동위원솟값 모두에서 큰 차이가 났다. 즉 주 피장자가 순장자에 비해 더 많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고 순장자들은 주 피장자들보다 C4계열 식물군을 어느 정도 더 먹었음을 의미한다. 주곽과 부곽에서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의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주·부곽에 매장된 사람의 식생활은 큰 차이가 없었다. 성별에 따른 안정동위원소 평균값을 분석한 결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연령별 차이를 분석해 보니 20세 이상의 성인들이 소아 청소년보다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접근이 용이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전체적으로 임당유적에서 주곽과 부곽, 성별 그리고 연령에 따라 섭취한 음식의 정도 차이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조영동고분군 출토 인골은 넓은 범위의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소비 순위를 살펴보면 '조류군 > C3계열 식물군 > 육상초식동물군 > 해양동물군 > C4계열 식물군' 순으로 나타난다. 이는 야생조류군, C3계열 식물군, 육상동물군이 주된 식재료이며, 부가적으로 해양동물군과 C4계열 식물군을 섭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식단은 해양자원보다 육상자원에 중점을 두었으며, 단백질 섭취에 있어서도 식물성보다 동물성 단백질에 더 중점을 두었다.
특히 야생조류군, 육상동물군, 해양동물군 3가지 동물성 단백질이 전체 식단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조영동고분군 집단이 동물성 단백질 중심의 영양학적으로 질 높은 식생활을 영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높은 동물성 단백질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꿩·기러기 같은 야생조류군을 집중적으로 사냥하였으며 부족한 동물성 자원을 충당하기 위해 해양동물군을 추가로 소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야생조류군의 섭취가 증가할수록 해양동물군의 섭취도 증가하지만 육상초식동물군의 소비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야생조류군의 소비가 적을수록 육상초식동물군의 소비가 높은 것으로 보아 육상초식동물군이 야생조류군의 대체 음식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조영동고분군을 축조한 사람들의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의 수요를 충당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며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육상 단백질(야생조류군과 육상동물군)과 해양 단백질(해양동물군)의 자원을 모두 골고루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음식 소비 패턴으로 보아 당시 영남지역이 농업에 기반을 둔 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야생조류의 사냥이나 어패류를 획득하는 활동이 매우 중요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음식원을 중앙과 내륙에 조달할 수 있는 체계적인 물자 유통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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