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조합장을 찾아서] 박명숙 대구 월배농협 조합장 "베푸는 삶 당선에 큰 도움"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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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4  |  수정 2023-04-04 10:47  |  발행일 2023-04-04 제12면
"본점 신축…보존가치 있는 명소 만들겠다"

[대구경북 조합장을 찾아서] 박명숙 대구 월배농협 조합장 베푸는 삶 당선에 큰 도움
월배농협 조합장실에는 2015년 3월 박명숙 월배농협 조합장이 첫 당선 때 적어놓은 글귀가 그대로 남아있다. 변화와 혁신, 정직, 협동은 늘 푸른 소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박 당선인의 초심이다.

지난달 31일 찾은 대구 월배농협 본점. 건물 외벽엔 균열 흔적이 꽤 보였다. 금이 간 곳 군데군데엔 페인트칠 자국이 선명하다. 내부는 더 심각했다. 복도는 좁고 철제계단은 낡았다. 상임이사실은 천장이 낮아 머리를 조심해야 했다. 조합장실 역시 다르지 않았다.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천장에 시커멓게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월배농협 본점이 지어진 건 1979년이다. 44년 세월을 버텨온 월배농협 본점은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안전진단 최하위인 '재난위험시설 E등급'을 받았다. 건물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개축을 해야 하는 수준이다. 언제 내려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안전상 문제가 크다.

"앞으로 4년간 본점 신축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금융 역할을 할 건물만 하나 덩그러니 짓는 것보다 보존 가치가 있는 명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명숙(68) 월배농협 조합장은 신축할 월배농협 본점을 새로운 형태로 건립할 계획이다. 박 조합장은 "고향을 느낄 수 있는 푸근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오가는 조합원과 농협 고객들이 팔각정에 앉아 쉬면서 연못과 물레방아를 보며 여유를 찾는 공간으로 구성할 것"이라며 "근사한 건물로 지으면 되는데 굳이 왜 그런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지 따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조합장은 2015년 대구경북지역 첫 여성 조합장으로 당선된 뒤 2019년엔 특별시·광역시 지역농협의 여성조합장으로서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3·8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는 4파전이었다. 후보 3명을 상대로 35.96%의 득표율을 얻어 조합장 자리를 수성했다.

그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영천의 조그만 농가에서 2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농사와 집안일을 돕고 동생들을 보살폈다. 힘겹게 고교 진학까진 그럭저럭 마쳤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은 포기해야 했다. 월배농협 본점이 건립된 1979년에 영천 화북농협에 입사한 뒤 지역의 44개 동 부녀회를 조직하고 관리했다. 업무가 끝나면 동장이나 부녀회장 집에서 야간 좌담회를 열고 차편이 끊기면 하룻밤 신세를 지고 다음 날 출근하기도 했다. 업무 능력과 실적을 인정받아 대구 동촌농협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어 월배농협에 정착했다. 차별도 당하고 좌천도 당했지만 그때마다 불만 대신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실적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2013년 월배농협에서 정년퇴임 후 1년3개월 만에 추대를 받아 2015년 3월 월배농협 조합장에 처음 당선됐다.

월배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지만 그간의 숱한 노력이 인정받은 것. 직원 시절부터 조합원과 고객들에 손편지를 써온 것도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박 조합장은 "당선 후 조합원들이 매번 손편지를 보내주던 바로 그 농협 직원이라고 많이 알아봐 줬다. 내 몫을 챙기기보다는 주변에 베풀었던 게 당선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남이 알아주든 말든 진심으로 그리고 정직하게 대하면 결과는 반드시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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