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보라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
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걸음을 뗄 때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
달라붙어 있지 않고
그것은 끌려다닌다
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
실체는 헐렁헐렁하다
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
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볼트 / 임후성
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
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
걸음을 뗄 때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
달라붙어 있지 않고
그것은 끌려다닌다
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
실체는 헐렁헐렁하다
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
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
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
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
볼트 / 임후성
![]() |
송재학 시인 |
여기 코끼리가 있다. 코끼리는 지구 위에서 걷는다. 거대하기에 발은 장식일 뿐이고 몸으로 걷는 거 같다.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이 "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된 코끼리가 있다. 어금니는 이를 악물 때 생기는 습관이다. 심지어 발에서 접힌 가죽은 불안한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기에 코끼리는 걸을 때마다 조금씩 부서지고 있다. 코끼리는 무너지기 위하여 안간힘으로 걷는 것처럼 보인다.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 때문에 코끼리는 자신을 해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볼트라는 제목이 발명되었다. 자신을 해체하기 위하여 걷는 것이 어찌 코끼리뿐일까. 인간 역시 탐욕의 걸음으로 자신을 벼랑으로 이끌고 있지 않은가. 여기 코끼리가 있고 욕망이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