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바이든의 '귀향'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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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7  |  수정 2023-04-17 07:02  |  발행일 2023-04-17 제25면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바이든의 귀향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주 나흘간 아일랜드를 방문하여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자신의 동포라고 생각하고 어디서든 '고향에 왔다'고 하자 아일랜드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는 틈틈이 외가와 외외가(어머니의 외가)의 자취를 찾았다. 공군1호기에 그의 여동생과 아들을 태워가는 것부터 가족의 뿌리 찾기 여행 같았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아일랜드·프랑스 위그노의 혈통이지만 어머니는 순전한 아일랜드계였다. 그는 일곱 살부터 약 7년간 외가에서 자랐는데 이때 외가뿐만 아니라 외외가의 친척들과도 어울렸고 자연히 아일랜드의 종교, 생활방식, 민족성 그리고 민족적 한이 몸에 뱄다. 훗날 그는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정치철학의 근본임을 깨달았다.

그의 외가는 원래 아일랜드 동해안의 라우드주에 있었다. 이번 방문 때 그는 칼링포드의 한 성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1849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의 외고조부를 추모했다. 그는 선조들이 세례를 받았고 또 묻혀 있는 킬위라 교회를 둘러보고 근처 식당에서 외척들과 식사를 했다. 그의 외외가는 서해안의 메이요주에서 세거해 오다가 1850년 그의 외외 5대조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지난 금요일 그 주 발리나의 한 교회 앞에서는 그의 금의환향을 축하하는 큰 환영식이 열렸다. 그 교회를 지을 때 바로 그 5대조가 벽돌을 만들어 팔아 이민 갈 노자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 바이든은 한 조상의 집 벽난로에서 떼어낸 벽돌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아일랜드를 떠난 이 두 가문은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 정착하여 몇 대를 살아오다 미국 대통령을 낳았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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