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못 보거나 안 보고 지나치는 일들이 많은 세상

  • 박순진 대구대 총장
  • |
  • 입력 2023-04-17  |  수정 2023-04-17 06:58  |  발행일 2023-04-17 제26면
때맞춰 새봄 내어놓는 자연

사람마다 마주치는 장면도

보고 싶은 풍경도 천차만별

사회의 국민적 근심거리도

관심과 노력 없인 보지 못해

[아침을 열며] 못 보거나 안 보고 지나치는 일들이 많은 세상
박순진 대구대 총장

해마다 이맘때면 만물이 때맞춰 소생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봄소식은 꽃과 함께 찾아온다. 출근길 대로변과 교정에 줄지어 서 있는 벚나무가 꽃피는 장면을 볼 때마다 저 많은 꽃송이를 단번에 피워내는 대지의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저기 벚나무들이 약속한 듯 한꺼번에 꽃을 피워내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가끔은 나무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 소통하며 꽃을 함께 준비하고 디데이를 약속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건 계절은 어김없이 새봄을 내어놓는다.

봄은 꽃만 피워내는 것이 아니다. 모란,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지며 산색이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해간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봄날에는 좋은 풍경이 너무 많은데 미처 다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쉽다. 계절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무심히 제 길을 간다. 올해도 연녹색을 더해가는 산색에 넋을 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겹벚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아차 싶었다. 바쁘게 일상을 지내다 보면 보이는 것만 보고선 좋은 계절을 대충 지나가곤 한다. 보고 싶은 풍경도 다 챙겨보지 못하고 훌쩍 지나가는 것이 우리네 세상이다.

요즘 들어 친구들이 삼삼오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옛 추억도 되새기고 좋은 풍경 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친구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보다 보면 우리 주변에 좋은 풍경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곤 새삼 놀라곤 한다. 우리가 눈길을 주든 아니든 세상은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다채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친구가 찍어 올린 멋진 사진을 보며 그 친구의 취향에 대해 문득 생각하곤 한다. 사람마다 마주치는 장면도 제각각이고 친구마다 좋아하는 사진도 서로 다르다. 사람마다 보고 싶어 하는 풍경도 천차만별이다.

봄이라고 좋은 경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조금 나아졌다 싶던 황사가 올해는 무척 심해졌다. 크고 작은 산불 소식이 잦아져 국민적 근심거리로 등장했다. 농사짓는 농민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제때 넉넉하게 내리지 않는다. 근래 몇 년간 봄 가뭄이 심하여 비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다행히 지난 주말 봄비가 내렸다. 도시인들은 비가 오면 우산 챙기는 일이 귀찮다는 둥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일도 있지만 시골에서는 이번 봄비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다. 이처럼 봄을 맞이하는 사정도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비가 갠 후에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봄날의 정취를 느끼다 귀가하여 무심코 텔레비전을 켰다. 온갖 소란스러운 소식을 접하고서 괜히 뉴스 채널을 켰다 싶었다. 부쩍 사나워진 국제정세, 위태위태한 우리나라의 외교력, 정쟁에 몰두하는 국가 지도자들, 연일 터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추문이 끝도 없다. 지방소멸과 대학위기는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요즘 들어 부쩍 빈도가 높아진 범죄와 마약 뉴스도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하였다. 패널들이 출연하여 편을 나눠 벌이는 논란에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사회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안 보고 지나치고 싶은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가십거리가 되기도 한다. 입장에 따라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다르고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없으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보지 못하거나 보이지 않는 일들이 많다. 국가를 책임지거나 사회를 주도하는 일부 인사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작금의 세태는 무척 유감스럽다.박순진 대구대 총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