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합창' 종교편향 논란에 전국적인 비난 쇄도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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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8  |  수정 2023-04-17 19:14  |  발행일 2023-04-18 제2면
"황당한 규정 때문에 연주 못하는 것 말 안돼"

지역 음악인 시위 예고 "시민에게 알리겠다"

춘천시립교향악단 논란 없이 '합창' 연주
베토벤 합창 종교편향 논란에 전국적인 비난 쇄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공연 모습. <대구시향 제공>

종교 편향 논란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공연이 무산(영남일보 4월11일자 1면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지역 음악인들은 오는 20일 대구에서 시위를 예고 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성아트피아 재개관 공연에 대구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기로 했지만, 때아닌 종교 편향 논란이 일어 무산됐다. 대구시 조례에 따라 시립예술단의 경우, 종교 중립성 확보를 위해 공연 전에 종교화합자문위원회에서 위원 전원의 찬성을 받아야 무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종교계 위원 1명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이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어서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다'라며 반대 의견을 밝혀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황당함을 넘어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라는 타이틀에 먹칠을 한 꼴이라며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곡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SNS를 통해 전국 예술인과 클래식 애호가들은 "음계의 기원은 종교에서 비롯됐는데, 이런 잣대로 평가한다면 어떤 곡도 연주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만장일치제라는 황당한 규정 때문에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연주하지 못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수성구청에도 관련 민원이 접수돼 대구시로 이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0일에는 일부 지역 음악인들이 대구 중구 한일CGV 앞 횡단보도 인근에서 시위를 갖고 이 같은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시위에 참여 예정인 예술인 A씨는 "지역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작은 목소리지만 반드시 의사 표명을 해야 겠다고 생각해 몇몇 음악인들과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다른 지역 공립예술단에서는 같은 곡을 종교 편향 논란 없이 연주해 대구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춘천시립교향악단은 지난 15일 춘천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 기념음악회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했다. 이날 연주회에는 춘천시립교향악단·시립합창단 뿐만 아니라 시민합창단인 춘천청춘합창단 등이 참여했다.

춘천시립예술단 관계자는 "과거 춘천시립예술단의 공연도 종교 편향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공연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등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종교계와도 어느 정도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 덕분에 이번 공연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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