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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대구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가정폭력은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 혹은 배우자였던 사람 △자기나 배우자와 양친자 관계를 포함한 직계 존비속 관계인 자 △계부모와 자녀의 관계이거나 적모와 서자의 관계인 자 △동거하는 친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구성원의 정신적·신체적·재산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가정폭력에 대해서 과거에는 신체적인 폭력만을 의미하였으나 점차 정서적·성적 폭력 등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을 포함하는 추세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지속적인 가해행위와 단기적인 화해의 악순환 속에서 우울증과 절망감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부부 간 폭력은 부모와 자녀 간의 애착 관계 형성이나 부모의 양육 역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가정폭력을 겪은 자녀는 추후 학교폭력 등 각종 사건 사고에 노출돼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최근에는 가족 간 갈등으로 인한 살인·상해 등 심각한 사건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 지역사회, 여성단체, 특히 경찰·검찰·법원 등 사법기관 등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는 중요한 사회문제다.
코로나19 발생 후 가정폭력 112신고는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폭력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며 자가격리와 재택근무 등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 계속 머물게 되면서 아예 신고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재난 상황에서 가정폭력 발생이 증가하는 것은 사례로나 통계적으로 검증된 내용이다. 가정폭력 특성상 가정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경찰이 순찰활동을 해도 가정폭력을 인지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또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심각하다고 인식하더라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발생 시 피해자가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는 곳은 '112'다. 가정폭력 사건을 접수하면 지역경찰관은 현장에 출동해 △현장 출입 및 조사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긴급임시조치 등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에게 가정폭력의 위험 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고 범죄가 중단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에 가정폭력 대응 태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가해자에게는 자기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시켜 폭력행위를 중단하게도 할 수 있다.
112상황실 및 지역경찰관은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가 가장 우선적인 책무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경찰관에게 보다 많은 개입의 근거와 권한이 주어진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행사해 가정폭력 피해자가 112신고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정폭력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가정폭력에 대한 자각과 법원 등 국가기관의 적절한 처분 및 감시 외에도 피해자 스스로 가정폭력을 더 이상 당하고 있을 수 없다는 독립적 자세가 중요하다. 여기에다 이웃의 적극적인 감시와 신고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이웃이 112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할 것이라는 사회적 믿음이 형성된다면 그 자체로 가정폭력 예방에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에는 가정폭력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약 자신이 피해를 보거나 이웃의 피해를 알게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안심지킴이 112'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자.
이호 (대구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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