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빈방미 동행취재]美백악관 "핵공유 아니다" 입장에, 대통령실 "입장차 아냐, 더 실용적"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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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9 00:06  |  수정 2023-04-29 09:08  |  발행일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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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 백악관이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면서, 이같은 입장을 견지해던 우리 대통령실과 온도 차를 보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측은 "사실상 핵공유로 느낀다는 것이나, 핵공유가 아니라는 것은 입장 차이로 보지 않는다"며 이를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28일(현지시각) 백악관이 워싱턴 선언에 대해 '사실상 핵공유'로 보지 않는다 부정적인 입장을 낸것에 대해 "입장차로 보지 않는다"며 이러한 해석을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당국자가 얘기한 것은 나토(NATO)식 핵공유다. (워싱턴 선언이) 나토식 핵공유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토는 핵이 있고 우리는 핵이 없고 그런 근본적인 차이이기 때문이고, 미국이 갖고 있는 핵공유에 대한 사전적 정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며 "그 용어에 대해서 지금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편으로 보면 나토는 핵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30여 개국의 어떤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고, 우리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자 간에 NCG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워싱턴 선언이 좀 더 실효적이다, 실용적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사실상 핵공유'를 언급하며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담은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 국민이 사실상 미국의 핵을 공유하게 된 것과 같은 안보 효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에 마련된 한국기자단 프레스룸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이번에 미국 핵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략핵잠수함(SSBN)의 정례화된 전개 등 '워싱턴 선언'에 담긴 실질적인 조치들을 통해 안보 불안을 불식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핵배치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윤 대통령 방미 성과를 강조하는 연장선상에서 이번 선언을 '핵공유'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언급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하는데 이런 설명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통령실이 핵공유를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없지만 우리의 정의로는 핵공유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 당국이 이런 입장을 밝힌 데에는 여당 지도부 일각에서 '워싱턴 선언'을 핵공유로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경계감을 표출한 것으로도 보인다. 외교가에선 미국은 핵무기 사용에 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이며 최종적 권한을 미 대통령만이 보유한다는 '단일 권한'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저에 주목하고 있다. 즉 워싱턴 선언으로 핵사용 권한을 한국과 공유할 의사는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정재훈 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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