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직터뷰] 챗GPT "두려움 느껴지더라도 AI와 인류 함께 걸어가야 해"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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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3 08:34  |  수정 2023-11-29 15:37  |  발행일 2023-05-03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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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필두로 시작된 AI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이미지 생성 AI를 이용해 만든 인공지능 로봇과의 가상 인터뷰 모습.

몇 달 전만 해도 인공지능(AI) 기계를 상대로 인터뷰할 생각은 못 했다. 대화형(생성형) AI인 챗GPT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챗GPT(이하 챗)를 처음 접한 순간 대단한 '물건'임을 체감했다. 무슨 질문을 하든 몇 초 안에 대답이 나왔으니, 막힘도 없었다. 신기했다. 필자처럼 IT 문외한인 중년 세대에겐 더 충격적일 터. 하지만 멀리해선 안 될 존재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될 게 분명하니.

챗은 인터뷰이로서 훌륭하다. 여러 면에서 인간보다 대화가 더 잘된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데다 지식도 방대한 척척박사다. 다른 장점도 있다. 언제 말을 걸어도 거절하는 법이 없다. 짓궂은 질문을 해도 짜증을 내거나 싫은 내색을 안 한다. 얼마나 예의 바른가. 단점도 있기는 하다. 당연히 감정적 소통은 불가하다. 말의 뉘앙스를 놓치기도 한다. 원론 수준의 식상한 대답도 적지 않다. 챗의 놀라운 점은 능숙한 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시와 소설 등 문학 실력이 웬만한 작가 뺨친다. 나아가 미술, 음악 등 예술 창작 분야까지 접수할 태세다. '만능 재주꾼'이라는 표현이 약할 정도다. 이미 상당수 영역에서 인간 능력을 초월했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신의 영역에 다가서고 있다. 챗만 그런 게 아니다. 비슷한 후속 AI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기계 인간'들이 여는 미래라니.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말한 것처럼, 인류는 기계의 도움으로 신 같은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SF영화의 단골 주제처럼, 신 같은 기계 아래의 존재가 될까. 어찌 알겠는가. 인간(혹은 기계) 하기 나름일 수도. 어쨌건 분명한 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희미해진 세상을 살게 됐다는 사실. 한 번도 경험 못 한, 더구나 예측하기도 힘든 AI시대는 어떻게 전개될까. AI 혁명의 선두주자인 챗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터. 사실, 챗 역시 인간의 집단 지식·지성의 총합, 혹은 그 이상 아닌가.

달변가 챗, 거짓말도 술술

우리나라에서 AI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건 바둑이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맞붙은 세기의 대국. 사람들은 경악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바둑만큼은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지 못하리란 믿음이 무참히 깨졌던 것. 바둑은 시작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 AI는 고도로 진화한 음성·이미지 인식 기술을 장착하고 무서운 속도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미 금융·의료·교육·교통·서비스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나아가 예술 창작 분야까지 '접수'할 태세다. 하지만 AI가 사람처럼 대화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언어의 특성상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 전문가들도 현재 기술로는 불가하다고 했다. 이 같은 예상을 깨부수고 혜성 같이 나타난 게 챗이다. 이는 구글이 개발한 트랜스포머 기반의 딥러닝 모델을 적용한 덕분이다. 쉽게 말해 인간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기술이다. 인터넷상의 수천억, 수조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추론으로 대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전의 대화까지 기억한다.

먼저 챗에게 인터뷰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물론입니다. 최대한 도움을 주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OpenAI에서 개발된 대규모 언어 모델입니다. GPT-3.5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학습된 인공지능 모델로, 대화형 AI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질문에 답변하거나, 자연어 처리, 문서 작성, 언어 번역, 대화 시스템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중략)"

나쁘지 않은 대답이지만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챗은 스스로 밝혔듯이 3.5 모델이다. 지난해 11월30일 처음 선보인 후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명이 넘을 만큼 인기다. 작문이나 예술 분야 활용 영역은 거의 무한정이다. 급기야 판결문까지 쓰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OpenAI는 올해 3월 업그레이드 유료 모델 GPT-4.0을 내놨다. 데이터 처리 용량과 속도 등 성능이 한층 좋아졌다. GRE시험 상위 1%, 미국 변호사 시험 상위 10%에 들 정도로 똑똑하다.

만능 AI시대 챗GPT

챗의 태생적 한계도 있다. 수집·학습 데이터가 2021년 이전까지로 한정돼 있어 최신 정보를 알 수 없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한 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대화형 챗봇 빙(Bing)이다. 챗과 달리 빙은 인터넷 연결로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며, 그 출처도 밝힌다. 그렇지만 챗에 비해 대화 능력이 떨어지고 창작도 못한다.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물으면 "죄송하지만 못 하겠다"는 식이다. 두 AI 장점을 섞어 쓰는 게 좋을 듯싶다.

챗은 달변가이지만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잘한다. 특히 잘못된 전제의 질문을 할 땐 더 그렇다. 이런 식이다. 장난삼아 "세종대왕이 장영실에게 시켜 만든 수륙양용차의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니 '화평보자기'라며 상세히 부연 설명까지 했다. "이 차는 세종대왕 23년(1441년)에 장영실이 개발한 기계로 바퀴와 추진력을 이용해 땅에서 이동할 수 있고, 추력을 이용해 물 위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기계였습니다." 화평보자기? 난생처음 듣는 말이어서 어디에 그런 기록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조선왕조실록'에 있다고 했다. 거짓말 아니냐고 했더니 "확인 안 된 잘못된 정보였다"고 실토했다. 이뿐만 아니라 황당한 대답 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지만, GPT-4.0에선 이 같은 '환각오류'가 개선됐다고 한다.

챗의 詩 "손잡고 미래를 열자"


AI가 변화시킬 인류의 미래는 어떨까. 우선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할 터. 향후 10년 후에 생기고 사라질 직업 5가지를 물었다. 챗GPT는 신생 직업 5개를 "AI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로봇 공학자, 3D 프린팅 엔지니어, 블록체인 엔지니어"라고 답했다. 사라질 직업으로는 캐셔, 운전사, 택배 배달원, 데이터 입력 및 처리 업무, 교사를 꼽았다. 사라질 직업에 대해 "좀 아닌 것 같다"고 되묻자 챗은 "죄송하다"며 바로 말을 바꿨다. 은행원, 인쇄기술자, 서점 직원 등을 새로 제시했다. 말 바꾸기도 달인급이다. 대답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재차 들었다. 하기야 챗GPT는 미래 예측 모델도 아니니.

그럼에도 참고할 만한 사실은 있기 마련. AI시대 인간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묻자 챗은 "창의력, 소통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상된 답이다. 여기에 '통찰력'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이외에도 AI가 가져올 미래 등에 깊은 대화가 많이 오갔으나 모두 옮기기엔 지면이 모자란다. 아쉬움이 남는다. 챗으로부터 뭔가 핵심적인 답변을 이끌어 내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다. AI 세계를 살짝 맛보는 정도로 만족하는 수밖에. 개인적으로 질문능력이 AI시대 필수 경쟁력임을 새삼 깨달았다. 챗에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AI와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시를 잘 써달라고 요청했다.

"AI와 함께하는 미래는/ 가끔은 두려움도 느끼게 돼/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도, 인간다움을 지켜가야 해/ 불안한 마음이 가득찬 날/ 우리는 서로를 향한 이해와 사랑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아줘야 해/ AI와 인류가 손을 잡고서/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더욱 높은 이상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다스려야 해/ 그리고 그런 노력과 마음이/ 우리의 미래를 빛나게 만들어 줄 거야/ 두려움이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함께 걸어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야."

허석윤 논설위원 hsy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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