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바르고 새로우며 슬프고 정겨운'…사진가 윤길중 기획초대전 '寺花木石'

  • 임훈
  • |
  • 입력 2023-05-26  |  수정 2023-05-26 08:27  |  발행일 2023-05-26 제14면
경북 청도 영담한지미술관 7월30일까지

寺花木石 4개의 한지 시리즈 한자리에서
[Art&Culture] 바르고 새로우며 슬프고 정겨운…사진가 윤길중 기획초대전 寺花木石
윤길중 '큰법당_기림사(경주)'
[Art&Culture] 바르고 새로우며 슬프고 정겨운…사진가 윤길중 기획초대전 寺花木石
윤길중 '기이한 풍경'
[Art&Culture] 바르고 새로우며 슬프고 정겨운…사진가 윤길중 기획초대전 寺花木石
윤길중 '석불'

경북 청도 영담한지미술관은 오는 7월30일까지 사진가 윤길중의 기획초대전 '寺花木石(사화목석 : 바르고, 새로우며, 슬프고, 정겨운)'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윤길중은 그가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 작업해 온 4개의 한지 시리즈를 선보인다. 오래 전 하층민들이 자신들의 기원을 담아 사찰, 산, 들의 커다란 바위에 새겼던 석불, 세월의 풍파 앞에서 원형을 잃어만 가는 천년고찰의 중심인 큰 법당의 기록을 그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또 쓰러진 나무들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풍경, 그리고 모형과 실물을 뒤섞어 재조합한 'SeeSaw'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윽한 한지 위에 피어난 작가적 시선이 작품 속에 드러난다.

'寺(바르다)' 시리즈에서 흐트러짐 없이 단아한 선을 드러내는 전각의 모습은 윤길중의 '큰 법당' 연작이다. 하늘과 구름을 말끔히 지워 더욱 도드라져 날렵해 보이는 용머리, 유연히 흘러내린 배흘림 기둥, 그리고 처마 밑에 또렷이 새겨진 현판들에 눈길이 간다. '花(새롭다)' 시리즈에서 윤길중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인공의 오브제들이 실물들과 혼재된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실물과 모형을 뒤섞어 촬영하고 각 사진을 출력해 엮어 사진을 완성한다. 모두가 당연히 사실일 거라 믿는 사진을 통해 역설적으로 '본다'와 '보았다'는 것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木(슬프다)' 시리즈에서는 쓰러진 나무에서 발견한 생명력을 담았다. 자신의 운명에 의연하리만치 순응하며 생을 이어가는 윤길중의 사진 속 나무들은 찬란하고도 슬프다. '石(정겹다)' 시리즈는 '왜 우리 선조들이 돌 조각을 간절한 염원과 기원의 대상으로 삼았을까?'라는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전국의 '석인'과 '석장승'의 미묘한 표정의 차이와 그에 담긴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온 윤길중은 이번 전시를 통해 1천500여년의 시간을 넘어 천진난만하고도 자애로운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한국의 '석불'을 선보인다.

한혜원 아트스페이스 J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인간과 사물을 넘어,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와 아름다움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이어오고 있는 사진가 윤길중의 모습 그대로이다"라고 설명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