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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를 의결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간호법 입법을 주도한 야당은 물론 간호사 단체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에도 직역 간 갈등 및 국민건강을 이유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곧 재가할 전망이다.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를 심의·의결했던 만큼, 42일 만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번 거부권으로 야당이 주도한 간호법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간호법은 국회로 돌아가 본회의에 상정한 이후 재표결을 진행하게 되는 데 재표결은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출석이자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국민의힘 의석 수가 115석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1 이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간호법은 폐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본회의 상정 전 여야가 막판 절충안 도출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협상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간호법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직역간 갈등과 국민 건강문제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건강은 다양한 의료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다. 간호법안은 유관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호법을 통한) 간호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건강의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는 후순위"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법안 논의 과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며 "국무위원들께서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을 듣고 유익한 논의와 함께 좋은 의견을 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로 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는 거부권 행사 시 17일부터 집단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이 40일 만에 야당 주도로 통과된 법률안에 잇달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관계는 더욱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의 소통 단절은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간호법은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 관련 규정을 별도 법안으로 분리해 간호사의 법적 지위를 독자적으로 보장하는 법으로 지난달 27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간호법 제정 시 △돌봄을 의료기관, 장기 요양 기관 등과의 협업이 아닌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 △간호 업무가 의료기관 외 외부로 확대될 경우 사고 책임 규명이 어렵고 국민 보상청구가 어렵다는 점 등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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