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현일 경산시장의 운동화

  •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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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8 06:42  |  수정 2023-05-18 06:45  |  발행일 2023-05-1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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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호기자〈경북부〉

380만9천여㎡(115만여 평)의 운명을 15만4천120㎡(4만6천621평)이 좌지우지할 상황이다.

경북 경산 하양읍 대학리와 와촌면 소월리 일원에 조성되고 있는 경산지식산업지구는 상전벽해를 이루고 있다. 도로 옆 한적한 시골의 풍경은 지워지고 거대한 산업현장이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중이다. 소월지를 사이에 두고 1단계 부지(86만평)가 2단계 부지(29만평)보다 3배 가까이 넓다.

올 12월 준공을 앞둔 1단계 사업 부지에 입주한 업체들은 벌써부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곳 한 업체대표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학이 10곳이나 있는 대학도시 경산이기 때문에 직원 구하기는 쉬울 줄 알았는데, 버스까지 동원해 대학생들을 데려와 회사를 소개했지만 정작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허탈해했다.

최근 그에게 다시 연락해 상황을 물었지만 "구인난은 여전하다. 문화시설이 없으면 이곳에 취업하려는 젊은이는 없을 것"이라며 "젊은 층이 수도권 취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문화시설 때문이다. 경산지식산업지구에 아웃렛이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고 절박하게 말했다.

경산시는 아웃렛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단계 부지 산업용지 중 15만4천120㎡(4만6천621평)을 유통상업시설용지로 변경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이때부터 운동화를 신었다. 조 시장은 지난 1월 지역 신년회에서는 "아웃렛이 유치될 때까지 운동화를 절대 벗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운동화를 신고 국회를 방문하고 산업부도 찾아가며 아웃렛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조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유세현장에서도 "경기침체가 지속돼 힘들어하는 시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시장 취임 후에도 선거 때 못지않게 현장을 뛰어다니며 민생을 살피고 있다. 이러한 민생 밀착행보가 아웃렛 유치에 대한 절박함을 더욱 깨닫게 한다. 아웃렛은 경산지식산업지구의 성패를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산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았더라도 지금은 틀린다면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산업현장에도 문화가 스며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과거 입장을 고수하던 산업부도 경산의 목소리를 귀에 담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조 시장이 운동화를 벗는 날도 빨리 오기를 바란다. 윤제호기자〈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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