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1) 업사이클…친환경도 힙하게

  • 노진실
  • |
  • 입력 2023-05-26 07:13  |  수정 2023-05-26 07:21  |  발행일 2023-05-26 제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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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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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업사이클링의 개념은 1994년 독일의 라이너 필츠에 의해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당시 필츠는 기고문을 통해 환경을 위해 업사이클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 등지에서는 1990년대부터 업사이클링 산업이 주목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업사이클링이란 용어가 등장했다고 전해진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대중화를 이끈 세계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로는 '프라이탁(FREITAG)'이 있다. 프라이탁은 현재 단순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넘어 가장 감각적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199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프라이탁 형제에 의해 탄생된 브랜드인 프라이탁은 낡은 트럭 방수포와 안전벨트 등을 활용해 만든 가방으로 유명하다. '비 오는 날에도 젖지 않는 가방,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가방'. 처음 프라이탁이 만들고자 한 가방이었다. 사실 프라이탁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패션 브랜드들 속에서도 프라이탁은 특유의 개성을 유지하며 마니아들에게는 여느 명품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인기가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희소성, 마치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듯한 디자인은 프라이탁의 매력으로 통한다. 화려한 색감, 낡아 보이는 외형에 심플한 로고가 붙어있는 프라이탁의 메신저백은 오랫동안 인기를 끈 아이템이다. 업사이클링 제품도 멋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프라이탁은 증명해 보였고, 방수포로 만든 그 가방은 특히 젊은 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프라이탁이 추구하는 철학과 메시지가 자연스레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게 됐다.

지금 우리는 물건이 넘쳐나고 그야말로 '결핍이 결핍된' 시절을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물건이든 한 물건의 생성은 길고 복합한 과정 속에 이뤄지는 것이지만, 너무 짧게 쓰고 쉽게 폐기되는 것도 있다. 한 가지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쓰는 것이 환경을 위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여러 이유로 폐기될 물건을 새활용해 수명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낡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버려질 것들이 인간의 손길과 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여러 소재,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 업사이클링이 담고 있는 메시지로는 '환경' '자원 순환' '경제성'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하고 싶은 가치는 바로 '재탄생'이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을 넘어 우리 삶,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저마다 쓰임이 있고, 끝이라고 생각할 때 새로운 시작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

최근 들어 친환경과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나만의 것'을 선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업사이클링 제품이 새삼 인기를 끌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우리가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소비 트렌드로 업사이클링을 바라보기보다 다른 물건들처럼 오래 쓸 물건으로 새활용 제품을 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사이클링의 가치와 이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말이다.

위클리 기획 '끝은 또 다른 시작' 두 번째 이야기는 '힙하게 다시 태어나다, 업사이클'이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끝은 또 다른 시작 (2) 업사이클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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