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민청' 설립 서둘러야Ⅱ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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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1  |  수정 2023-06-01 06:55  |  발행일 2023-06-0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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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이 매국노야. 전국을 범죄도시 찍게 만들 일 있냐? 이민자 받아서 치안 복지 작살 난 유럽 좀 봐라."

"나라 팔아넘기는 내용을 이렇게 버젓이 써놨네. 외국인 노동자 동남아 서남아 스탄 들어가는 이슬람 이런 것들 들어오면 지들끼리 뭉쳐 다니면서 지역 슬럼화시키고 온갖 범죄에 시끄럽고… 숫자 많아지면 지들 위한 정치인 뽑을 거고 이 나라는 사분오열되고…."

"경북이 아시아의 작은 미국이 되길 바라나요? 미국에도 보면 여러 지역이 흑인, 히스패닉 등 각 민족끼리 갱단 만들어서 싸우고 갱단이 외국에서 들여온 마약 때문에 망가지고 하는 지역이 많던데 미국 그런 게 좋아 보이나요?"

"정신 차리세요.… 불법체류자 정리도 못 하는 현실에 무슨 이민청입니까."

영남일보 4월27일자 '이민청 설립 서둘러야'라는 제목의 칼럼이 나간 이후 홈페이지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입에 담기 힘든 단어는 뺀 것이다.

정부가 지난 17년간 320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꼴찌다. 인구소멸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로 지목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저출산은 이미 심각한 상태를 넘어섰다.

많은 국가가 이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민청' 설립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댓글에서도 보듯이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넘어 일부에선 거부감까지 나타낸다. 이민은 노동력 유입 등 긍정적인 효과와 사회 통합 저해 등의 부작용이 공존하지만, 현실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면 이민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 농어촌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최대 체류 기간이 5개월에서 8개월로 늘어났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가 불과 8년 만에 체류 기간 연장으로 확대된 것이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저출산 관련 심포지엄에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2750년에는 지구상에서 한국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인 콜먼 교수는 2006년 UN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듣는 이는 많지 않았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경고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현실'이 되고 있다.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에 대한 무작정 거부감은 인구소멸로 이어져 한국사회의 구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 등에서 시행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가사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한 것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곧바로 반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경력단절 여성이 14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중 40% 정도가 '양육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의 경우, 본국의 임금수준에 맞춰 월 60~90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홍콩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을 별도로 책정했다.

이민청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올해는 '이민'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정부의 현명한 이민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임성수 경북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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