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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
최근 몇 년 사이 경주에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 황리단길은 2017년경부터 서울의 경리단길의 이름을 모방하여 불리기 시작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두 곳의 차이점이 있다면 경리단길은 한때 번영했다가 이제 쇠퇴한 동네 상권으로 전락했지만, 황리단길은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인 번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사이 황리단길은 한동안 뜸했던 국내외 관광객을 다시 경주로 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황리단길의 태동은 경리단길과는 다소 다르다. 경리단길은 과거 육군중앙경리단이 초입에 있던 서울 이태원 회나무로(도로명)에 있다. 경리단길은 주거지와 근린상가가 고급상권으로 탈바꿈한 지역으로, 2012년 이후 이태원 상권의 확장을 통해 고급 레스토랑과 특색있는 카페, 부티크, 갤러리 등이 입점하면서 고급상권이 만들어졌다. 한편 황리단길은 국가적 문화유산인 대릉원과 첨성대가 코앞에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동궁과 월지(안압지), 교촌마을, 월정교 등도 도보권에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리고 쇠퇴한 주거지역이었던 황리단길 주변 지역을 한옥 신축과 증개축(增改築)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한옥 지구로 탄생시킴으로써 한옥 숙박(게스트하우스)을 가능케 한 것도 황리단길 성공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황리단길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황리단길이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 황리단길이 이름까지 모방했던 경리단길이 왜 쇠퇴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경리단길은 2000년대 초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의 개통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이태원 상권의 공간확산과정에서 수혜를 봤다. 경리단길이 세인(世人)의 주목을 받기 전에는 경리단길의 임대료는 매우 저렴했고, 이것이 경리단길의 초기 상권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경리단길에 입점한 레스토랑, 카페, 부티크, 갤러리들이 번창하면서 경리단길은 새로운 고급문화 클러스터(cluster)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리단길의 번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 경리단길은 임대료의 폭발적인 상승, 특색 있는 상가의 감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대체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기에 이르렀다. 물론 경리단길의 쇠퇴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열악한 도로 인프라와 주차공간의 부족도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황리단길이 경리단길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사실이다. 문화유산을 끼고 있는 것도 그리고 주변에 한옥 숙박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것도 다르다. 그리고 경리단길의 경우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에서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공간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황리단길은 경리단길과 달리 오래 번영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임대료이다. 임대료의 상승이 가져올 상가의 수익성 저하는 기존 사업자들을 황리단길에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다 동종 사업자들끼리의 과당경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익성이 좋다고 동종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면 비슷한 서비스의 공급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수익성 급감으로 이어져 공멸하는 것이 시장의 이치다. 특색 있고 차별화된 업종과 서비스의 발굴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황리단길이 지속적인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 정책당국과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묘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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