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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
국내 프로 스포츠계에 있어선 안 될 일이 또 빚어졌다. 프로야구 선수 계약 관련 '뒷돈' 요구 파문부터 미성년자 성범죄 연루, WBC 음주 논란에 이어 이번엔 '인종차별' 논란 문제까지 불거졌다.
지난 12일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 소속 일부 선수들이 특정 외국인 선수를 언급하며 인종차별적인 글을 남겨 대중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선수들이 주고받은 글이다. 2023 K리그1 18라운드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수훈 선수의 활약을 칭찬하면서 남긴 글이 인종차별 문제로 불거졌다. 피부색을 희화한 발언과 함께 특정 외국인 선수의 실명까지 지칭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소식은 해당 국가에도 전해졌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13일 이들의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상투적인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쉽게 지나쳐선 안 될 일이다. 한국을 비롯한 유색 인종의 선수 모두 인종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손흥민이나 이강인조차도 때론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 도중 카메라에 잡힌 축구선수 비니시우스의 눈물이 아직 눈에 선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비니시우스는 당시 상대팀인 발렌시아 팬들로부터 "원숭이" "죽어라"라는 모욕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후 세계인들은 비니시우스를 옹호하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를 향한 비판이 일었다. 불과 한 달도 채 안 된 일이다.
이번 사태는 팬들이 아닌 선수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불타는 팬심'으로 상대 선수를 힐난하고 일부러 도발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다. 농담하듯 인종차별적인 말을 글로 내뱉었다. 일부 선수들이 다른 아시아권 선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다. 다른 이들이 쉽게 볼 수 있는 SNS에 태연하게 차별의 글을 남긴 이들의 몽매함에 안타까움마저 들 정도다.
더욱이 이번 논란과 관련된 선수 일부는 6월 A매치에 나서는 한국축구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터라 팬들의 당혹감이 더 크다. 한국을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게 될 '국대' 자원이 연루된 것이다. 태극마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국대'란 커다란 상징성을 지닌다. 단순히 기량이 특출난 것만으론 부족하다. 그에 걸맞은 인식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는 의미다.
이번 일은 분명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었다. 아직도 논란이 한창인 WBC 음주 파문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술을 마신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을 어긴 행위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출전한 대회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음주가 논란을 빚었다. 팬들의 입장에선 선수가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대회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부분이다.
국가대표는 물론 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올바른 인성을 갖춰야 한다. 팬들의 기대와 사랑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박종진 (한국스토리텔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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