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대(전 교육부 장관) "중앙집권 체제 수명 다했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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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1  |  수정 2023-06-21 07:15  |  발행일 2023-06-21 제5면
경북도청 화공 특강…"한국 지방자치·지방분권 제대로 한 적 없다"

"작동하지 않는 '국회', 국회의원 잘 못 아니다. 시스템 문제다. 세종대왕 와도 안된다"

'先 분권 後 보완'…지방의 작은 변화 국가를 바꿀 수 있다. 국민 믿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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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20일 경북도청에서 진행된 '화공' 특강에서 지방분권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우리 정치를 보면 태산을 옮겨야 하는데, 신발 끈 색깔이 무엇이냐, 삽을 잡는 손이 왼손이냐 오른손이냐를 두고 싸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20일 경북도청에서 진행된 '화공(화요일 공부하는 모임)' 특강에서 "중앙집권체제는 수명이 다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에서도 그랬듯이, 중앙집권체제의 수명이 다하면 패거리가 만들어져 불필요한 싸움만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회에 대해선 "국회의원들의 잘못이 아니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이 국회에 들어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진단한 김 직무대행은 "뷔페식당에서 음식만 쌓아 놓은 형국인 우리 국회는 수 만 가지를 논의하니까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의 권한을 대폭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30년이 넘은 한국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해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가장 큰 이유로 중앙집권적 사고를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을 '졸(卒)'로 보는 중앙집권적 사고방식 속에서는 재정적, 행정적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사례로 1992년 경기도 부천시의 '학교 앞 담배자판기 설치 금지 조례'를 든 김 직무대행은 "당시 지방의회와 주민들이 거리 시위까지 나서 이끌어 낸 조례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전국 담배자판기를 모두 사라지게 만들었다"면서 "이는 지방정부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김 직무대행은 "지방정부의 능력도 사실 모자란다. 덜 익어 실수도 나올 수 있지만, '선(先) 분권 후(後) 보완' 하면서 국민들을 믿으면 된다"며 "국민들을 통제하지 않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함께 거리로 나섰던 부천 시민들이 담배자판기 철거 뒤 마지막으로 한 '동네 안에 국가가 있다'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고 했다.

"지방의 작은 변화가 메아리로 국가를 바꿀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역할이 국가의 일이다"라고 강조한 그는 "지방의 변화가 국가의 변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직무대행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방분권 철학을 공유하며 인연을 맺은 '원조 친노(親盧)' 출신으로,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보수의 길로 들어섰다. 2018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멘토 역할을 수행했고,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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