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형산강·안강 '나라 살린 3대 전투'…"호국벨트 조성 시급"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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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28 07:48  |  수정 2023-06-28 07:49  |  발행일 2023-06-28 제12면
29일 영천서 '동남권 호국학술 심포지엄'
영천·포항·경주 3개 지방자치단체 공동
영천대첩·형산강전투·안강전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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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영천전투 당시 8사단 21연대 국군과 미군 장교들의 마지막 공세전투 모습. <영천시 제공>
영천대첩비
경북 영천시 고경면에 조성된 영천대첩비. <영천시 제공>

6월은 보훈의 달이다. 무너질 위기의 국가를 구하기 위해 고귀한 목숨을 던진 무명용사를 비롯한 호국용사의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뜨거운 심장을 바친 그들의 희생정신을 추모하고 예우하며 역사적 진실을 재조명해 후대에게 전하는 것이 현세대의 의무다.

경북 동남권의 대표적 호국도시인 영천 최기문 시장, 포항 이강덕 시장, 경주 주낙영 시장이 매년 3개 도시를 순회하며 호국 학술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키로 합의한 데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6·25 전쟁 당시 최후 방어선이자 대반격의 시작점인 영천~형산강~안강은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한 순국선열의 피와 땀이 숨 쉬는 곳이다. 군사전문가 등 일부에서만 연구·편찬됐던 이들 지역의 전투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학술심포지엄을 여는 데 대해 보훈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2023 동남권 호국 학술심포지엄'은 영천·형산강 ·안강 전투의 승리를 재조명하고 3개 도시 간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경북 동남권 3개 도시가 향후 호국 안보 관광벨트로 우뚝 서도록 하는 게 목표다.

동남권 호국 학술심포지엄의 첫 행사는 29일 오후 2시 영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등록 및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오후 2시 개회식이 진행된다. 이어 박동휘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학과장이 '낙동강 방어선과 영천지구 전투 승리의 의미',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이 '6·25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한 호국 도시 포항을 조명하다'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박희성 고려대 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최강 북한군과 싸워서 이긴 결정적 순간 기계·안강전투'에 대한 심도 있는 발표가 진행된다.

주제발표 후에는 '경북 동남권 호국벨트로서의 위상 제고'란 주제로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군사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패널 토론을 진행한다. 패널 토론자는 주제발표자 3명을 포함해 문용득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조상현 한국군사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한다.

호국 학술심포지엄 첫 행사를 여는 최기문 영천시장은 "최근 북한 무인기,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기 속에서 이번 심포지엄이 6·25전쟁 대반격의 시작인 영천대첩, 형산강·안강전투를 재조명해 호국정신과 안보의식을 제고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앞서 주요 발표자의 내용을 정리해 경북 동남권 전투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낙동강 방어선과 영천전투'
박동휘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학과장

국군 단독으로 전개한 반격작전
낙동강 방어선 지켜내 전세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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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전투는 국군 제2군단 예하 제8사단 및 증원 부대들이 영천을 점령한 북한군 제15사단을 9일간의 공방전 끝에 격퇴하고 영천을 탈환한 전투다.

영천이 북한군에 점령될 경우 국군 제1군단과 제2군단이 분리되고, 낙동강 동서 보급로가 차단될 수 있었다. 또한 북한군이 대구 방면으로 진출하면 왜관과 다부동 일대 국군과 미군 후방 방어선이 차단돼 낙동강 방어선 전체가 위험에 처하고, 적이 경주 방면으로 진출해 북한군 제12사단이 합세할 경우 부산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북한군 제15사단을 전선에서 후퇴하도록 한 영천전투는 국군 단독으로 전개한 반격 작전이 성공함에 따라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것은 물론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영천전투는 3개 국면을 거쳤다. 첫 번째는 국군 6사단이 신령에서 북한군 8사단을 저지한 것이다. 둘째 국면은 보현산에서의 전투였다. 마지막은 영천 시가지 전투가 개시됐다. 국군 8사단은 추가적으로 투입된 국군 병력과 미군 전차 소대의 증원을 받아 치열한 전투 끝에 북한군의 남진을 저지하고, 6·25전쟁에서 최초로 군단 규모의 반격 작전에 성공했다.

아군은 영천전투에서 북한군 3천799명을 사살하고 전차 5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영천전투는 인천상륙작전과 낙동강선에서의 총반격을 위한 여건을 조성한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백미였다.

■'대한민국 수호한 호국도시 포항'

이상준 포항문화원 부원장

동해안 최대 병참기지·요충지
영토 수복 위한 대반격의 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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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포항은 항만과 철도, 육로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동해안 최대의 병참기지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 요충지였다. 포항 남쪽 6㎞ 지점의 영일(오천)비행장은 미 제40전투비행대대가 주둔하면서 전쟁기간에 매일 평균 30~40회 출격해 공중폭격 등으로 지상부대의 작전을 근접 항공 지원했다.

또 포항이 함락되면 임시정부가 있는 부산과 내륙으로는 경주와 대구가 함락될 위기에 처할 것이므로 결코 적에게 뺏겨서는 안 될 지역이었다. 그래서 포항 일대 전선은 전 아군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사수했던 6·25전쟁 최후의 보루이자 다시 대한민국의 영토를 수복하기 위한 대반격의 기점이었다.

기계·안강전투, 소티재 전투, 포항여중 전투, 비학산 전투, 송라 독석동 철수작전, 미제 1기병사단 포항 상륙작전, 브래들리· 잭슨· 데이비슨 특수임무 작전, 형산강 전투, 천마산 지구 전투, 미 해병과 한국 해병 연합작전인 게릴라 헌트작전 등 포항 전역에서 펼쳐졌던 치열한 전투와 작전은 6·25전쟁사에서 결코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부분이다.

'2023 동남권 호국 학술심포지엄'에서 포항지역에서 이뤄졌던 전투에 관해 관심을 표한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포항지역 전투의 실상과 성과, 의의 등을 살펴보고 대한민국을 수호한 호국도시 포항, 영천, 경주를 재조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호국 벨트 조성 사업도 시급하다.

■'안강전투- 결정적 순간'
박희성 고려대 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

국군 최초 성공한 군단단위 공격
낙동강 방어 최대위기 극복한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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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전투는 1950년 8월 안강·기계를 점령하고 경주·울산 축선을 따라 부산으로 진격하려던 북한군 제12사단과 제766부대를 국군 수도사단이 주축이 된 제1군단이 격퇴해 낙동강 방어전의 최대 위기를 극복한 전투다.

일명 '북한군의 8월 공세'를 시작으로 북한군 12사단은 8월9일 기계를 점령했다. 북한군의 기계 점령은 중동부 전선에 최고의 위기였다.

8월9일 대구에서 신편 중이던 25연대를 안강지역에 급파하고 뒤이어 기계·포항지구의 방어 임무를 위해 포항지구전투사령부를 급편했다. 이때부터 기계·안강 일대에서는 국군이 공세로 전환하기 전인 9월22일까지 40여 일간에 걸쳐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안강전투는 인근 포항전투와 연계해 전쟁 이후 국군이 올린 최대의 전과이자 국군 사상 최초의 군단 단위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격작전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이 전투로 국군은 기계를 8월18일 탈환하였으며, 1천245명의 사망자를 낸 최강 북한군 제12사단은 사단이 궤멸될 정도의 피해를 본 채 비학산 일대로 철수했다.

특히 경주 방어의 승패가 달린 곤제봉전투에서는 북한군에게 최초 방어진지를 탈취당한 후 8일 동안 15회에 걸쳐 피아간 역습을 감행하는 격전을 펼쳐 9월13일 곤제봉을 탈환함으로써 40여 일 만에 안강기계 전투를 끝내며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다.

정리=유시용기자 ys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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