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봉화 "이런 장마는 평생 처음…" 순식간에 주택 덮쳐 4명 사망 '날벼락'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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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6 12:57  |  수정 2023-07-16 17:28  |  발행일 2023-07-17 제3면

학산리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에 산사태로 토사와 나무가 주택을 덮쳐 소방대원들이 매몰자를 수색하고 있다.

"천둥소리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집이 순식간에 없어졌습니다."

 

16일 낮 12시 기자가 찾아간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 일대에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밀려온 토사로 주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떠내려간 잔해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주택은 파묻혀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고, 지붕만 남아 집터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15일 오전 4시쯤 다소 외진 곳에 있던 이 주택 뒤편에 있는 산에서 산사태가 발생, 주택을 덮쳐 잠을 자던 60대 남녀가 날벼락을 맞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매몰된 이들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집이 매몰된 것을 발견한 인근 마을주민은 "우르르 쾅쾅 소리를 듣긴 했지만, 천둥소리인 줄 알고 집 밖을 나와보니 산사태가 일어나 흙이 도로까지 흘러내린 것을 보고, 근처에 가보니 흙이 집을 덮쳐 도로 반대편까지 떠내려간 것을 보고 신고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평생 살면서 이런 장마는 처음 겪어본다.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냐"며 이웃의 사고를 안타까워했다.

 

같은 날 오전 9시쯤 서동리 인근 학산리 주택에서도 산사태로 인한 토사와 나무가 주택을 덮쳐 집 안에 있던 50대 부부가 갑자기 들이닥친 흙더미를 미처 피하지 못해 매몰되면서 인명피해가 늘었다.

인근 마을회관에 대피한 이 마을 주민은 "산에서 토사가 쏟아지면서 도로를 덮쳐 현장을 나와보니 근처 집에 흙과 나무들이 집을 덮친 것을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매몰된 집은 산사태가 발생할 만한 곳이 아닌데도 비가 얼마나 왔으면 이러냐. 착한 부부였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주민들도 "한평생 이런 비는 처음 겪는다. 밤새 인근 산 곳곳에서 흙과 나무가 쏟아져 내려 쿵 소리만 나도 무서워 잠을 설쳤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고가 난 춘양면 지역은 지난 13일부터 304㎜ 강수량을 기록했고, 15일 하루에만 170㎜가량의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이번 폭우로 봉화지역은 춘양면을 비롯한 물야면 개단리 개단천의 일부 제방이 붕괴되고, 봉성면 봉양리 토일천과 물야면 오록길 내성천 등 16곳의 제방이 유실돼 농경지가 침수됐다.

도로 곳곳도 통제됐는데, 상운면 하눌리와 봉성면 봉양리 군도를 비롯한 명호면 도천리 국도36호, 춘양면 학산리 면도 등 29곳의 도로가 사면 유실되거나 침수되기도 했다.

봉화군은 응급 복구와 함께 정확한 피해조사에 나섰지만, 앞으로 18일까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춘양면을 비롯한 봉화군 대부분 지역에 산사태 위험 있는 상황으로 478세대 785명이 군민회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해 있다.
 

글·사진=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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