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공항은 대규모 토목사업 아니다

  • 이창현 KOTRA 인천지원단 부단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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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07  |  수정 2023-08-07 08:44  |  발행일 2023-08-07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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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KOTRA 인천지원단 부단장·언론학 박사)

지난 4월25일 대구경북신공항법이 통과됐다. 신공항은 양백지간, 즉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에서 이뤄질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일 것이다. 이제 8월25일이면 시행령이 제정될 것이다. 그 시행령에 담아 대구경북 지역민과 공유했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 성공 여부의 많은 부분이 지역민에게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신공항은 단지 하늘길뿐만 아니라 인근 많은 철도·고속도로·국도 등 땅 길과 낙동강이라는 우리나라 최장의 물길과도 연결된다. 전 세계와 대구경북을 하나로 결합하는 핵심 통로가 될 것이다. 최소한 향후 150년을 내다보고 건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브랜드화' 전략을 제안한다.

글로벌 브랜드화는 크게 네 가지 경제적 이점이 있다. 첫째 지역 상품의 고부가 가치화로 수출이 증대되고, 둘째 일본·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더 많이 찾게 되며, 셋째로 산업과 관광 등에서 국내외의 젊은 우수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양질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마지막으로 국내외에서 더 많은 투자가 유치돼 선순환 경제가 구축된다.

그동안 대구경북은 양잠업과 쌀과 같은 농산품으로 시작해 섬유와 전자, 전기, 반도체, 자동차 같은 공산품을 전 세계로 공급하면서 세계 수출 6위라는 한국경제 발전의 맏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화와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그 와중에 대구경북은 특히 더 큰 충격을 받아 낙후된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부분의 농어촌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대도시화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은 쇠락해 가던 도시를 살렸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구찌나 페라가모 같은 명품 브랜드는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뮌헨이 있는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지역은 세계적인 명품 자동차인 BMW(바이에른 모터 공업)와 유명 축구단 그리고 옥토버페스트라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산업과 문화의 긍정적 결합으로 '지역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추진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신공항의 목적은 지역의 경제적 발전에 있다'라는 공유된 인식에 따라 '산업발전'과 '문화육성'을 동시에 이룩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이룰 수 있다. 산업발전은 기업과 정부기관이, 문화육성은 지역민이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편이므로 마스터 플랜을 잘 짜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문화란 전통문화에 바탕을 둔 현대문화다. 전통문화는 브랜드 측면에서 중요한 속성인 독창성·유일성 등을 제공한다. 급조하여 성공하기는 불가능한 소중한 자산이다. 다행히도 대구경북에는 세계적인 전통문화 유산이 풍부하다. 다만 대중의 관심을 당길 만한 흥미유발 요소가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확보된 전통문화에 현대적 요소와 결합해 재해석하거나 현대문화를 창조해야 하는데,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이 지역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더욱 아니다.

경계해야 할 점은 분명하다. 결단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유보적인 집단에서 '우선 공항 건설 및 관련 토목 사업에 집중하고, 그다음에 공단 건설 같은 산업에, 마지막에 문화를 육성한다'라는 식의 단계적 전략을 제안한다면 과감히 물리쳐야 한다. 이미 충분히 실패해 왔었기 때문이다.

이창현(KOTRA 인천지원단 부단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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